오늘은 사순 시기의 첫 주일입니다. 파스카 축제를 준비하면서 세례를 기억하고 참회하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는 시간이지요. 교회력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인 만큼, 고대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곡가가 사순 시기, 특히 성주간(Hebdomada Sancta)을 위한 음악을 썼습니다. 그 방대한 분량도 놀랍지만, 시대와 지역에 따라 펼쳐지는 다채로운 음악에 더욱 놀라게 됩니다.
사실 사순 시기의 무거운 분위기와 절제된 생활, 엄격한 전례가 성주간에 절정에 달한 후 갑자기 기쁨이 넘치는 주님 부활 대축일에 돌입하는 여정은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놀랍도록 극적입니다.
오늘은 성주간 전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테네브레(tenebrae), 그중에서도 프랑수아 쿠프랭(Fran?ois Couperin)의 <르송 드 테네브르>(Le?ons de t?n?bres)를 소개할까 합니다. 테네브레는 라틴어로 ‘어둠’이라는 뜻으로, 성목요일·성금요일·성토요일을 위한 시간 전례 중 새벽기도(Matins)와 아침기도(Lauds)를 뜻합니다.
이 유서 깊은 전례 전통은 열네 편의 시편 낭송(낭독)이 끝날 때마다 촛불을 하나씩 끄는데, 마지막에 하나 남은 촛불을 숨기고 완전한 어둠이 되기 때문에 ‘테네브레’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본래 새벽기도는 새벽 2시 무렵, 아침기도는 동이 트는 새벽에 거행하지만, 중세 시대부터 20세기 중반까지는 편의상 그 전날 오후나 저녁에 앞당겨서 행했기에 테네브레도 수요일부터 금요일 저녁에 거행했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전례가 바뀌면서 지금은 형태가 다소 달라졌지만, 전통적으로 테네브레는 응답 송가(안티폰), 시편, 낭송(낭독), 응송(레스폰소리움)을 반복하고 마지막에 ‘미세레레’(Miserere)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레고리오 성가 이후 현대의 아르보 패르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곡가가 이 전례문의 일부 혹은 전부를 작곡했지요.
프랑스는 특히 르네상스 시대부터 바로크 시대에 이르기까지 테네브레 전통이 큰 사랑을 받은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성당이나 수도원뿐만 아니라 개인 저택에서도 예식을 거행했고, 그래서인지 웅장한 작품부터 작고 내밀한 작품까지 다양한 테네브레가 만들어졌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테네브레 중 ‘애가’ 부분을 골라서 쓴 작품을 ‘르송 드 테네브르’라고 불렀는데, 여러 작곡가가 아름다운 작품을 썼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역시 쿠프랭의 것입니다.
쿠프랭은 성삼일을 위한 ‘르송’을 모두 썼다고 밝혔지만 수요일(목요일)을 위한 곡만 출판했고, 그래서 아쉽게도 이 곡만 전해집니다. 파리 서쪽 불로뉴 숲에 있는 롱샹 수녀원을 위해 쓴 이 작품은 두 명의 독창자(두 곡의 독창과 한 곡의 이중창)와 콘티누오 악기를 위한 편성으로, 지극히 내밀한 아름다움과 절제된 슬픔이 흐릅니다. 독창자가 애가의 매 절을 히브리어 알파벳 ‘알레프’, ‘베트’, ‘기멜’로 시작하며 우아한 멜리스마(melisma)를 노래하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감동을 줍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