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의 비오 신부 / 존 A. 슈그 신부 엮음 / 송열섭 신부 옮김 / 가톨릭출판사
50여 년간 손과 발·옆구리에 상처
의사 셋 “설명할 수 없는 현상” 결론
비오 신부 주변 사람 29인의 증언
“그분의 생애는 고행이었습니다. 그분의 상처는 매우 깊었고 완전히 뚫려 있었어요. 상처의 위와 아래에는 피딱지가 있었는데 손등과 손바닥을 깨끗이 씻는다면 그 구멍을 통해서 사물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구멍이 뚫려 있어도 보이지 않는 것은 손바닥에 응고된 피 때문이었지요.”(44쪽)
“내가 ‘신부님, 상처 난 발로 계속 서 계시면 힘들지 않으세요?’라고 물었더니, ‘난 발로 서 있는 게 아니야’라고 하시는 겁니다. (중략) 그분은 ‘그동안 내가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것을 몰랐단 말인가?’ 하셨지요.”(167쪽)
「오상의 비오 신부」 개정판이 출간됐다. 카푸친 작은형제회 비오(1887~1968) 신부는 50여 년 동안 양쪽 손과 발·옆구리에 오상, 즉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다섯 상처를 지니고 있었다. 1911년 시작돼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던 오상의 흔적은 1918년 이후 아물지도 덧나지도 않았다. 소문은 급속히 퍼져 비오 신부가 수도생활을 했던 이탈리아 산 조반니 로톤도 수도원을 찾는 이가 늘어났고, 사랑과 존경뿐 아니라 여러 오해와 의혹도 받아야 했다.
“의사 세 명 모두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비오 신부님의 오상은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며, 자연적인 원인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35쪽)
“‘신부님, 미사 시간에 졸려 죽겠어요.’ 나는 신부님이 대단히 심오한 대답을 해주실 거라고 기대했어요. 그런데 그분은 중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잘 들어요. 잠이 오면, 일어서세요. 그래도 졸음이 오면, 넘어지겠죠. 하,하,하,하!’”(208쪽)
비오 신부는 이렇게 유머 감각이 있었지만, 통증 때문에 늘 고통스러워했다. 옆구리의 상처로 기침마저도 시원하게 하지 못했다. 그리스도의 수난을 몸소 체험하는 오상을 통한 고난, 동시에 두 장소에 나타나는 놀라운 모습, 의학과 과학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치유의 기적들로 그는 2002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다.
이 책은 카푸친회 존 A. 슈그 신부가 비오 신부를 가까이에서 알고 지낸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다. 미국 뉴욕주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비오 신부의 고난과 영적 가르침을 기록하기 위해 이탈리아 남단의 산 조반니 로톤도부터 서북부 알렉산드리아, 시칠리아의 팔레르모, 헝가리의 부다페스트까지 찾아가 카푸친회 선배와 동료·주치의·마을 사람들·영적 자녀들을 만났다.
29명의 증언은 다채롭지만, 공통적으로 비오 신부가 강조했던 끝없는 기도와 미사, 고해성사의 중요성 등 신앙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오 신부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향할수록 영혼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우리의 내면을 하느님이 원하는 것들로 채우면서 우리의 영혼을 가꾸어야 합니다.’ 이게 바로 그분 생각입니다.”(57쪽)
“비오 신부님은 미사 참례와 영성체를 매일 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깊이 있게 영성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 신앙의 신비, 특히 성체성사에 대하여 30분간 묵상하도록 권하셨습니다.”(52쪽)
윤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