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거장 조각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이 개관 5주년을 맞아 기획전 ‘조각가의 사람들’을 개최한다.
전시는 올 상하반기에 걸쳐 2부로 나눠 열린다. 4월 10일 개막해 6월 28일까지 이어지는 1부 ‘시대의 조각들’에서는 최만린(알베르토, 1935~2020)을 중심으로 그의 스승 및 동료 조각가인 김종영(프란치스코, 1915~1982), 송영수(미카엘, 1930~1970), 권진규(1922~1973), 박병욱(1939~2010) 등 5인의 조각, 드로잉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해방 이후 유입된 서양 조각의 영향을 받은 작품 등으로 채워진다. 1950~1960년대를 중심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인체와 자연을 탐구한 조각가 5인의 조각 세계를 드러낸다. 또한 1946년 월남해 서울 성북동에 정착한 권진규를 중심으로 성북 지역에 모인 이들이 예술적 교류를 통해 이룬 한국 근현대 조각사를 함께 조명한다.
전시 주요 작품으로는 김종영의 <욕후>, 최만린의 <좌상>과 <얼굴>, 송영수의 <기도(신부)>, 권진규의 <여인 좌상>, 박병욱의 <망Ⅱ> 등이 있으며, 아울러 최만린의 <탈>과 송영수의 <무제>가 최초로 공개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김종영의 성모자상 <마돈나>가 사진으로 전시된다. 비대칭으로 방향을 튼 성모 마리아와 십자가가 결합해 아기 예수를 품은 김종영의 대표작 <마돈나>는 현재 유실된 상태지만, 사진으로나마 기록돼 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앙의 향기를 전한다.
오는 9월 열리는 2부 ‘관계의 조각들’에서는 최 조각가와 교류했던 조각가 김세중(프란치스코, 1928~1986), 시인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 1927~2023), 문학평론가 이어령(1934~2022), 건축가 김수근(1931~1986) 등 미술, 문학, 무용, 건축, 음악 등 다양한 예술인들과의 관계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 열릴 예정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경민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단순히 개별 작가의 조각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활동했던 시대적 공감대와 예술적 교류 속에서 형성된 ‘인체 조각’을 통해 현대 미술의 한 단면을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매주 일·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관람료 무료. ※문의 : 02-6952-5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