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미술 작품은 좋은 친구와 같다고 생각해요. 같은 작품이라도 하루의 기분과 상태에 따라 그림이 다르게 보여요. 작품을 바라보며 안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다 보면 마치 대화를 나누듯이 기쁨도, 위안도 얻을 수 있죠.”
예술전문기업 (주)헬리오컴퍼니 한혜욱 대표(헬레나·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본당)는 미술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다. 프랑스 파리 보자르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팡테옹 소르본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시간은 그를 자연히 전시 기획자의 길로 이끌었다.
“파리에서 매일 같이 미술관과 성당을 오가며 몇 시간씩 그림을 구경했어요. 오후에는 거리와 공원을 다니며 사람들을 지켜봤죠. 당시 교수님께서 ‘그림을 그리려면 사회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셨거든요. 이방인으로서 외로운 날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한 발 떨어져 예술과 사람, 사회를 바라볼 수 있었어요. 그렇게 쌓인 시간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죠.”
파리에서 돌아온 한 대표는 약 20년 동안 크고 작은 전시회를 통해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왔다. 전시를 기획하며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 어떤 그림을 선보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렘브란트가 어둠에서 빛을 찾아 대상에 내재된 본질을 포착했고 뭉크가 자신의 고통을 대표작 <절규>로 승화해 관객에게 말을 건네듯, 그가 생각하는 좋은 그림이란 관객의 내면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캔버스에 까만 칠만 한 그림에서 감동을 얻기도 한다.
때문에 한 대표는 새로운 작가를 만날 때 그의 작품을 오래 걸어 두고 지켜본다. 한두 달의 시간이 지나도 또 보고 싶은 작품일 때 전시를 결정한다고. 긴 고민 끝에 탄생한 전시가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 뿌듯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한다.
“그림이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스한 위안으로 가닿는 순간을 지켜볼 때 어떤 작품을 전시하느냐가 결국 가장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작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항상 관심을 갖고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한 대표는 내년 2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기획 전시 준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가 끊임없이 새로운 그림을 찾고, 그림을 가까이하는 이유는 하나다. 하나의 좋은 그림이 한 사람의 버팀목이 된다는 믿음을 많은 이에게 전하고 싶은 것.
“매일 같은 업무를 반복하듯 작품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기쁨은 사라지곤 해요. 그럴 때면 컴퓨터 앞에 앉아 제가 좋아하는 그림들을 한 장씩 감상해요. 스트레스는 금세 사라지고 편안해져요. 지금은 미술관이 연인들의 흔한 데이트코스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직까지 미술관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죠. 미술은 전 세계 공통 언어라고 하잖아요. 많은 사람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전시 문화를 위해 새롭고 좋은 작품들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