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태석 신부(요한·살레시오회)의 마지막 말은 ‘Everything is Good’이었다. 짧지만 단단함이 느껴지는 확신은 사제, 의사, 교육자, 친구 등 수많은 이름을 지닌 그의 정체성과 선택을 끌어안는 긍정이며 고백이라 할 수 있다. 삶의 고단함에 대한 회한이 아닌, 끝까지 사랑을 껴안은 이만이 할 수 있는 작별 인사였다.
이 한마디에서 출발하는 책은 10명의 학자가, 각자 분야의 언어로 이태석을 호명하며 열 개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단순한 전기를 넘어,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다각도로 분석한 인문학적 연구의 결과물이다. 여기서 책은 한 사람을 기리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또 어떤 방식으로 다시 불러낼 것인가를 질문한다. 그래서 연구자적 시각과 문학적 성찰을 함께 담은 교양서라 할 수 있다.
3부로 나뉜 책은 이태석 신부의 의사로서의 면모, 교육자로서의 타인과 함께하는 행적을 재조명한다. 또한 그의 문화적·예술적 재능이 타인과 세상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도 살핀다.
에필로그로 마련된 ‘이태석 신부님을 기억하며’에는 이태석 신부의 뒤를 따르기로 결심한 두 제자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존 마옌 루벤과 토마스 타반 아콧은 이태석 신부의 곁에서 타인의 아픔 앞에 무심하지 않았던 한 사람을 보았고, 그의 진심 어린 손길에 감동해 의사가 되겠다는 희망과 꿈을 지녔다. 이후 유학길에 올라서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술을 배웠다.
이들의 여정은 단순한 의술 습득을 넘어, 스승의 정신을 자기 삶에 새기는 과정이었다.두 제자는 이제 전임의가 됐고,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 이태석 신부처럼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을 치유하려 한다.
‘인제의대 이태석연구회’는 사람 이태석을 연구하기 위해 결성됐다. 책은 보다 많은 이가 이태석 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이태석 신부를 바라보고자 기획됐다.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최석진 학장은 추천글에서 “많은 사람이 좀 더 편안하게 읽으면서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출간하게 됐다”며 “그의 삶과 철학을 통해 세상을 더 따뜻하고 희망찬 곳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