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째 로마서 살고 있는 저자
각 수도원 특성·전통·역사 소개
다양한 사진 더해 현장감 살려
고대 로마·음식·패션·해변·건축·오페라·미술 등 이탈리아는 수많은 테마로 여행할 수 있는 나라다. 성당·성미술·성지·성인 등 가톨릭과 관련된 주제만 해도 넘친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수도원’이 핵심이다. 제목도 「이탈리아 수도원 기행」. 1·2권으로 구성된 책에는 이탈리아 전역의 수도원과 그들의 오랜 존재의 이유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1권의 부제는 ‘깊고 고요한 성찰의 공간, 수도원 이야기’로 수도원의 효시인 수도생활의 시작과 최초로 수도 공동체를 설립한 성 베네딕토 이야기, 수도원의 성장과 부작용 그리고 부작용을 극복하고자 했던 수도원 개혁의 이야기를 다룬다.
성 베네딕도회의 중요 순례지인 수비아코의 거룩한 동굴 수도원, 파르파의 성모 마리아 대수도원, 성 안티모 대수도원, 동서 교회의 분열과 성 닐로의 수도원, 수도원 개혁과 시토회, 성전기사회와 포사노바 대수도원, 카르투시오회와 피렌체 수도원, 카말돌리회와 폰테보나 수도원 등이 소개된다.
“비오 2세 교황이 절벽에 붙여 만들어진 모습을 보고 ‘제비 집’ 같다고 한 ‘수비아코의 거룩한 동굴 수도원’은 11~14세기까지 수차례에 걸쳐 건설되었습니다. (중략) 수도원 성당은 한쪽이 절벽에 붙어 있기 때문에 위층 성당과 아래층 성당으로 구분되며,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둘러볼 수 있습니다.”(38쪽)
수비아코의 거룩한 동굴 수도원 전경.
2권의 부제는 ‘하느님께 다가가는 신비한 여정’으로 중세 수도원의 형성과 발전, 그리고 쇠퇴와 진보의 과정을 서술한다. 길 위의 순례자 수도원과 교회의 개혁을 이끌며 가난과 나눔·겸손을 살아간 성 프란치스코의 삶과 수도회, 중세의 신여성 성 클라라의 삶과 수도회, 르네상스와 함께 초심으로 돌아간 몬테 올리베토 수도원과 성 베네딕토의 삶을 조망한다.
“훗날 프란치스코 수도회를 창설한 성 프란치스코였습니다. 그는 기존의 베네딕토 규칙을 준수하는 수도회들과는 달리 건물이나 토지 등 모든 형태의 소유를 배격했고, 시토회와도 달리 수도회 유지를 위해 농장이나 목장을 운영하지도 않았습니다. 오직 형제들 간의 사랑과 신자들의 애덕에 의존해 마을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청했던 그들을 탁발 수도회라고 불렀습니다.”(44쪽)
책은 각 수도원의 특성과 전통은 물론이고 그 역사와 맞물리는 중세사와 교회사를 소개한다. 중세 천 년의 사회문화는 교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그들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수도회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진과 평면도, 성화와 조각상 등을 더해 현장감을 살렸다.
책을 쓴 이관술(요한 마리아 비안네)씨는 교황청립 살레시오대학교 신학부를 졸업하고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교에서 성지순례학 마스터 과정을 이수했다. 30년째 로마에서 신학자 및 순례자로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하느님을 만나고자 신학도가 되어 로마까지 왔던 길과 성지 순례 전문 가이드로서 걷고 있는 길이 크게 어긋나지 않은 것 같다”며 이 책을 통해 “세속의 시간에서 하느님의 때를 적극적으로 기다리며 살았던 수도원의 삶을 통해 우리의 시간에 계신 하느님을 찾아보고자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