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 / 도메니코 아가소 / 이재협 신부 외 3인 옮김 / 가톨릭출판사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 생애와 사목 철학 짚어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성령께서는 훨씬 더 본질적인 면에서 추기경들의 마음을 비춰 주신다. 성령께서 직접 투표함에 표를 넣지는 않으시지만, 투표하는 이들의 마음과 정신을 어루만지시며 그 시대에 맞는 인물을 일러 주신다.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된 것도 마찬가지다. 그가 미국인이라서 교황이 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교황이 된 것이리라. 성령의 이끄심을 받은 형제 추기경들이 그를 선택한 까닭은 사제요 선교사, 주교요 추기경으로서 보여 준 인간적 품성과 그리스도인의 덕목 때문이었다.”(32쪽)
「교황 레오 14세」는 제목대로 지난 5월 8일 가톨릭교회의 267번째 베드로 후계자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에 관한 책이다. 교회 역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이면서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 교황. 책은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vost)라는 인물이 수도자와 남미 선교사를 거쳐 교황이 되기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간 교회와 언론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삶과 사목 철학을 짚어본다.
“페루 전체가 ‘페루인 교황’, ‘페루인의 마음을 간직한 목자’를 위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중략) 대통령은 교황이 미국 출신으로는 최초의 교황일 뿐만 아니라, ‘우리 땅에서 20년 이상을 살아온’ 페루인으로서도 최초라고 덧붙였다.”(121쪽)
레오 14세 교황의 생애는 여러 문화가 만나는 교차로와 같다. 아버지 쪽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어머니 쪽은 스페인 혈통이다. 그는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지만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선교 거점인 페루에서 오랜 기간 사목했다. 2023년부터는 교황청 주교부 장관 자격으로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정례 면담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스스로 걸어온 길과 영성을 통해 전쟁과 분열, 혐오와 차별이 일상이 된 시대를 마주하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랑과 일치’라고 강조한다. 또 교회가 먼저 하나 되어 세상에 나아가 복음을 전하자고 말한다. 책을 통해 교황이 선택한 사목 표어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In Illo Uno Unum)”가 ‘일치와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바티칸 일간지 ‘라 스탐파’의 바티칸 담당 기자 도메니코 아가소가 레오 14세 교황의 연설과 강론·담화·인터뷰 등을 수집해 엮었고,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이재협 신부와 바티칸뉴스 한국어 번역팀이 우리글로 옮겼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추천의 글을 통해 “교황님의 그 첫 출발점을 담은 귀중한 기록”이라며 “과거 교황님의 사목 여정, 특히 미국 태생으로 페루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선교사로 살아오신 그분의 삶은 앞으로 걸어가실 행보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고 전했다.
“그는 상처 입은 영혼들을 품어 안는 교황이 될 것이다. (중략) 머나먼 페루에서 그의 발걸음을 지켜본 사람들이 있다. 진흙탕에 발을 담그고 얼굴에 마스크를 쓴 채 현장을 누비던 그를 본 그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가 로마에서도, 온 교회의 목자로서 부름 받을 어떤 땅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130쪽)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