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심기도 심화의 길 / 데이비드 프레넷 / 김경순 수녀 옮김 / 분도출판사
침묵 속 나를 넘어 하느님께 나아가는 영적 여정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 6,6)
그리스도교의 관상 수행과 향심기도에 관한 안내서 「향심기도 심화의 길」이 출간됐다.
향심(向心, centering)기도는 문자 그대로 마음을 향하는, 좀 더 나아가 존재의 중심을 향하는 기도라 할 수 있다. 언뜻 명상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리스도교 관상 전통에서 나온 것으로 침묵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향심기도 수행은 14세기 영성 서적인 「무지의 구름」의 가르침에 기반을 두며, 그리스도교 관상 수행은 1950~1960년대 트라피스트 수도회 토마스 머튼 신부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됐다. 이후 트라피스트 수도회 윌리엄 메닝거·바실 페닝턴·토마스 키팅 신부가 특히 고대 그리스도교 원천으로 시선을 돌려 단순한 침묵기도인 향심기도를 발전시켰고, 이를 통해 수도원 밖 수행자들의 갈증을 풀어주었다.
「향심기도 심화의 길」은 지난 30년간 토마스 키팅 신부와 깊은 우정을 나누며 조언자 역할을 했던 향심기도 운동 지도자 데이비드 프레넷(David Frenette)이 집필했다.
저자는 향심기도 워크숍에서 제공하는 기본 지침을 토대로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세 가지는 거룩한 상징, 즉 ‘거룩한 단어’ ‘거룩한 호흡’ ‘거룩한 바라봄’에 기초를 두고 있다. 다른 한 가지는 ‘거룩한 무(無)’라고 할 수 있는 ‘순수관상’이다. 이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골방기도’에 이르는 가장 직접적인 길이다.
“단어와 호흡과 바라봄은 직접적이고 명확한 것으로, 하느님 신비에 대한 공의를 나타내는 마음속 상징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향심기도를 이해하고 당신의 수행을 순수관상에 맞추기 시작하면, 모든 상징을 놓아 버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중략) 당신이 향심기도에서 순수관상을 향해 갈 때, 그 안에는 당신과 하느님 사이에 아무것도 없으며, 심지어 하느님 체험조차 없다. 합일은 원천으로부터 분리된 피조물과 함께하는 것이라기보다 창조주와 함께 있는 것이다.”(117쪽)
책의 1부에서는 각각의 거룩한 상징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향심기도를 심화하는 각각의 방법이 어떻게 영적 여정의 특별한 유익함을 제공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2부에서는 관상 수행을 심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관상 태도를 제시한다.
“관상에서 당신의 활동은, 당신이 주도하는 한 번의 순간적인 노력 이상으로 하느님의 영원한 본성에 근본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다. (중략) ‘매일 아침 해가 저절로 뜨지만, 네가 깨어나지 않으면 결코 해돋이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관상에 대한 아주 훌륭한 은유다. 수행한다고 해서 해를 뜨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향심기도를 함으로써 저절로 밝아 오는 일출의 아름다움을 깨어서 볼 수는 있다. 그리스도교 수행에서 관상이란, 자리에 앉아서 모든 생명 안에 그리고 당신 안에 태양이 떠오르는 것에 동의하는 일이다.”(167쪽)
자아초월심리학을 공부한 저자는 현재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관상생활센터에서 영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