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느님 뵙기를 원합니다·나는 교회의 딸입니다 / 복자 마리 에우젠 신부 / 윤주현 신부 옮김 / 가톨릭출판사
영성 대가 마리 에우젠 신부
예수의 성녀 데레사 중심으로
가르멜의 방대한 영성 탐구
가르멜 영성을 종합적으로 엮은 두 권의 책이 세트로 출간됐다. 바로 「나는 하느님 뵙기를 원합니다」(1권)와 「나는 교회의 딸입니다」(2권). 프랑스 아비뇽 아키텐 관구장과 가르멜 수도회 부총장을 역임하고, ‘노트르담 드 비 재속 수도회’를 설립한 복자 마리 에우젠(Marie Eugène, 1894~1967) 신부의 대표작이다.
저자는 맨발 가르멜의 설립자인 예수의 성녀 데레사를 중심으로 가르멜 성인들의 가르침을 영성 신학적 전망에서 통합한다. 이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하느님과 사랑의 합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 제시한다.
1, 2권의 제목인 “나는 하느님 뵙기를 원합니다”와 “나는 교회의 딸입니다”는 각각 예수의 성녀 데레사가 어린 시절 품었던 이상과 임종할 당시 자신의 생애를 종합하며 남긴 말씀이다.
저자는 이 두 문장을 바탕으로 예수의 성녀 데레사로부터 시작된 맨발 가르멜의 영성을 가르멜 수도회의 역사·교의신학·토미즘·영성 신학과 연계해 체계적인 영성적 비전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예수의 성녀 데레사의 걸작 「영혼의 성」을 기본 뼈대로 영성 생활의 초보 단계부터 정점인 변모적 합일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여정을 심도 있게 고찰했다. 1권에서는 영혼이 하느님을 찾고 만나고자 하는 열망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어떻게 하느님께로 나아가는지 이야기하며, 2권에서는 영혼이 겪는 정화와 성장의 과정, 하느님의 뜻과 인간의 의지가 일치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합일의 기도를 통해 이루어진 변모는 진정한 탈바꿈과 같다. 이것이 성녀 데레사가 직접 강조한 비유의 의미이다. ‘여러분에게 사실을 알려드립니다만, 변모된 그 영혼조차 제 자신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를 모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꺼먼 번데기와 하얀 나비가 다르듯이, 그러한 변모가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2권 266쪽)
이 과정에서 예수의 성녀 데레사를 비롯해 십자가의 성 요한,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삼위일체의 성녀 엘리사벳의 작품들을 적재적소에 인용하면서 각각의 영성 주제를 다방면에서 설명했다. 더불어 가톨릭 신학의 기준점인 성경을 비롯해 토마스 성인의 「신학대전」, 베르나르두스 성인,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 같은 영성 대가들의 가르침도 소개한다.
“참사랑에 의해 침투된 의지는 사랑으로 하느님의 뜻을 끌어안기 위해 자신의 갈망들을 포기해야 하며, 이는 완전하게 그리고 부드러운 유연한 태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분이 원하는 것을 원하고, 그분이 하신 것을 사랑한다.’ ‘완덕은 그분의 뜻을 실행함으로 성립된다.’”(1권 69쪽)
2000쪽에 달하는 책을 번역한 가르멜영성연구소장 윤주현(가르멜 수도회) 신부는 “한마디로 가르멜의 영성을 종합한 걸작이자 대표적인 영성 신학 교과서”라며 “마리 에우젠 신부님은 본서를 통해 영성의 길이 수도 생활이나 사제의 삶을 선택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신자에게 개방된 보편적인 소명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또 “이 점은 현대 교회가 제시하는 교회의 비전, 특히 평신도들의 위상을 드높이며 세상 안에서 부름을 받은 그들의 소명을 강조하는 현대 교회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고 전했다.
이번 책들은 ‘가르멜 클래식’ 대장정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가르멜 클래식’은 가르멜 영성을 오늘의 한국 가톨릭교회에 깊이 있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된 고전 시리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