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의 외침 / 변종찬 신부 / 분도출판사
변종찬 신부가 남긴 미완의 원고
한국 신학자들의 손길 거쳐 완성
철학자·신학자·수도자·사목자 삶 조명
약 900쪽의 책을 읽는 것은 그야말로 도전에 가깝다. 굳은 다짐으로 시작했더라도 완독의 고지에 이르는 이는 손에 꼽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책을 쓰는 것은 어떨까. 적어도 900쪽보다는 훨씬 많은 분량의 책을 오랫동안 읽고 익혔을 것이다.
최근 출간된 「아우구스티누스의 외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지난해 선종한 서울대교구 변종찬(1967~2024) 신부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원고를 바탕으로 편집됐다. 로마 교부학 대학 아우구스티니아눔 교부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교부학을 가르친 변 신부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을 단일 학문 분야로 다룰 수 없는 인물로 보았고, 그의 삶과 사상을 총체적으로 조명하려 노력했다.
책에서도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이 교부들 중 가장 뛰어난 인물이며 서방의 문화와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그 사상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고대의 모든 사상은 그분의 작품 속으로 흘러 들어가며 그곳에서 다음 세기들의 모든 교의적 전통에 스며드는 사상의 흐름이 나온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 방대함 속에서 변 신부는 단순히 성인의 사상을 정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한국 사회와 한국 가톨릭의 맥락 속에서 오늘의 독자에게 어떻게 ‘현재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책의 부제가 ‘현대를 비추는 지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제시하는 사회는 인간의 상황이 요구하는 것을 무시하지 않는 곳이다. 이러한 사회는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할 방법을 늘 발견하며, 무엇보다 개별 시민에게 가장 큰 행복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원하는 것을 행하라.’(「요한 서간 강해」 7,8)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표현은 모든 해결책의 비밀을 제시한다.”(915쪽)
책은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을 철학자·신학자·수도자·사목자로 나누어 살펴본다. 변 신부의 원고가 미완의 초고였기에 서울대교구와 수도회 소속의 여러 신학자가 분담하여 검토와 보완을 통해 원고를 정리하고 새롭게 구성했다. 원저자의 최종 검토가 생략된 점은 차치하고, 그 내용과 수없이 많은 참고문헌의 상호 연결성을 다른 사람이 세세하게 검토하고 대조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으나,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져 이해하기 쉽지 않은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려던 변 신부의 열망을 반영해 최종 출판이 결정됐다.
제1장 아우구스티누스의 생애는 이성근(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신부, 제2장 철학자로서의 아우구스티누스는 변우찬(서울대교구 답십리본당 주임) 신부, 제3장 신학자로서의 아우구스티누스는 조한규(서울대교구 가톨릭대 교수) 신부, 제4장 수도자로서의 아우구스티누스는 김현조(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 교수) 신부, 제5장 사목자로서의 아우구스티누스는 한영만(라디오바티칸 담당) 신부가 그 책임을 담당했다. 한 저자의 글을 넘어 아우구스티누스를 향한 우리나라 가톨릭 신학 연구자들의 공동 결실인 셈이다.
분도출판사에서 함께 펴낸 「혼돈 속의 질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재발견」은 변 신부가 생전에 발표했던 논문을 모은 책이다.
윤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