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교도대전 III-2 / 토마스 아퀴나스 / 이재경 역주 / 분도출판사
만물의 목적이자 통치자로서의 신
피조물 다스리고 지배하는 방식 설명
「대이교도대전」은 「신학대전」, 「그리스도인들의 오류 논박」에 이어 가장 많이 전승된 토마스 아퀴나스의 작품이다. 성인의 자필 원고가 일부 현존하며, 전체적으로 13세기 중반 거의 7년에 걸쳐 저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틴어 원전은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성을 능가하는 진리에 대한 해명’인 마지막 IV권을 제외하면 모두 인간이 이성과 철학을 통해 인식할 수 있는 신적 진리를 탐구한다. I권은 신의 존재와 본질 등 신 자체에 초점을 맞춘 ‘신론’이며, II권은 신이 다양한 방식으로 피조물을 창조한 ‘창조론’을 고찰한다. III권은 만물의 목적이자 통치자로서의 신이 피조물들을 섭리하는 방식을 다루는 ‘섭리론’을 서술한다. III권은 내용이 많아 보통 두 권으로 나누어 출판하는데, 이번에 나온 III-2권은 신이 섭리를 통해 만물을 다스리는 통치자임을 설명한다.
“‘섭리’(providentia)란 무엇인가? 신이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을 다스리거나 지배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토마스에 따르면, 신은 피조물들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다스리기도 한다. 만물을 다스리는 신은 만물에 존재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그 존재를 보존한다. 신은 이 세계를 무(無)로부터 창조하고 나서도 피조물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보존하도록 세계에서 지속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이런 보존 행위는 신이 이 세계를 존재하도록 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피조물들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만물이 작용하도록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섭리’는 ‘창조’ 개념을 전제한다고 볼 수 있다. 신은 만물의 창조에 궁극적 책임을 지니는 한, 만물의 행위에도 궁극적 책임을 지니는 게 당연할 것이다.”(69쪽)
III권의 전체적인 논지는 신이 저마다의 피조물에게 합당한 궁극 목적, 즉 저마다의 본성에 최선인 것을 제공하고, 그 목적을 지향하도록 하는 원리나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그 궁극 목적을 향하도록 인도한다는 것이다. 이 섭리에 따르면 운에 좌우되거나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신만이 세계에 인과적 효력을 발휘한다는 주장으로 귀결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토마스 성인은 신과 피조물이 결과를 산출하는 데 힘을 합친다고 본다. 섭리는 신 스스로 모든 것을 직접적으로 한다는 뜻이 아니며, 신의 섭리는 우연성이나 자유의지·운·운명과 같은 특성들을 배제하지 않는다.
신의 계획대로 틀림없이 일어나며 또 변하지 않는 것이 섭리라면, 우리가 신에게 무언가를 구하는 행위, 즉 기도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토마스 성인은 신적 섭리가 불변하므로 피조물에 의해 결코 변화될 수 없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기도의 효용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기도는 신에게 무언가를 알리거나 변화를 일으키는 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세계의 사건들이 인과적으로 일어나듯이 기도도 인과적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신은 우리가 굳이 청하지 않더라도 많은 것을 준다. 하지만 신은 우리 기도를 들어주면서 우리에게 무언가를 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토마스는 이처럼 신이 ‘기도를 통해 표출되는 경건한 바람들을 자신의 신성에 따라 실현’(III 95 n.2703)하는 행위를 우정과 사랑의 사례라고 본다.”(75쪽)
분도출판사의 ‘중세철학총서’는 대략 5~15세기 라틴어로 저술된 철학 문헌들을 원문과 한글 대역본으로 간행하는 시리즈다. 이번 책에는 토마스 성인의 생애를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대이교도대전」과 관련된 기존 연구 성과를 정리한 해제를 함께 수록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