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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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글귀 깃든책으로의 여행

추석 연휴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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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는 열흘간의 추석 연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니 쉼의 한 자락은 책과 함께하면 어떨까. 특별히 고운 글귀가 깃든 책들로 골라봤다.
 

시편에 설레다 / 임미숙 수녀 / 바오로딸

독일 본대학교에서 시편으로 구약성서학 박사학위를 받은 임미숙(툿찡 포교 베데닉도수녀회) 수녀가 시편의 주요 본문을 풀이한 책이다. 히브리어로 ‘찬양의 책’이라는 뜻의 ‘시편’은 율법서나 예언서처럼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말씀하시는 형식이 아니라, 사람이 하느님께 말씀드리는 책 또는 사람이 하느님에 관해 말하는 책이다.

임 수녀는 “시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경험하는 온갖 감정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시편은 성경에서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신학적인 책”이라고 말한다.

“시편 1편은 ‘행복하여라’라는 말로 시작하고 시편 2편은 ‘행복하여라’라는 말로 끝납니다. (중략) 시편 1편은 복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며 의로운 사람이 살아가야 할 길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고, 시편 2편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길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15쪽)

“우리 마음이 헝클어져 한 품은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하느님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중략) 시편 22편의 시인처럼, 우리가 맞닥뜨리는 압도적인 절망의 순간마다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역설 곧 ‘하느님’을 만나게 되기를 빕니다.”(110쪽)
 


성경 속 동물과 식물 / 허영엽 신부 / 가톨릭출판사

뱀·비둘기·낙타·어린양·말·무화과나무·포도·밀·올리브나무·가시나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신앙인이라면 어렵지 않게 성경에 등장하는 동식물임을 알아챘을 것이다. 그런데 개구리·모기·귀뚜라미·하이에나·달팽이·합환채·오이·수박·헤나·박하 등이 등장하는 말씀도 쉽게 떠올릴 수 있을까?

서울대교구 허영엽(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 신부가 피조물 하나하나에 깃든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한 권의 책에 실었다. 과거 가톨릭평화신문에 3년간 연재한 내용을 엮은 책의 개정판이다. 이 책에 소개된 동식물만 78종으로, 저자는 성지 순례를 거듭하며 축적한 현지 상황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각 동식물에 얽힌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상황을 설명하고, 성경에서 어떤 비유와 의미로 등장하는지 소개해 말씀의 이해를 돕는다.

“‘너희가 먹을 수 있는 것은 각종 메뚜기와 각종 방아깨비, 각종 누리와 각종 귀뚜라미다.’(레위 11,22) 이 구절에서 귀뚜라미는 정결한 곤충으로 언급된다. (중략)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교도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경고를 하시려는 것이었다.”(96쪽)

“성경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광야에서 먹을 것이 없어 불평하며 원망하는 대목이 나온다. ‘우리가 이집트 땅에서 공짜로 먹던 생선이며, 오이와 수박과 부추와 파와 마늘이 생각나는구나.’(민수 11,5) (중략) ‘이집트 멜론’이라고 불리는데, 이집트 카이로 주변 나일강 홍수로 비옥해진 평야 지역에서는 현재 털이 있는 오이가 널리 재배되고 있다.”(243쪽)

허 신부는 “창세기는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 해와 달, 동물과 식물 등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드신 뒤, 흙으로 사람을 빚으셨다고 전한다”며 “성경에 나오는 동식물에 깃든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아 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꽃송이보다 달콤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가끔은 허당이어도 좋다 – 봉달이 신부의 행복 이야기 / 나봉균 신부 / 성바오로

「가끔은 미쳐도 좋다」에 이어 10년 만에 출간된 대전교구 나봉균(천안쌍용동본당 주임) 신부의 두 번째 에세이다. ‘봉달이’는 나 신부의 애착 별명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보이지 않게 품어 주고 위로를 담아내는 모습이 까만 봉다리(봉지)를 닮았다고 붙여졌다.

책에는 별명만큼 소박하고 일상적인, 하지만 꼭 품어야 할 소중한 성찰과 고백, 삶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자학’적이면서도 엉뚱한 유머감각은 책장을 넘기는 윤활유다.

“세상 웬만큼 좀 살아봤다고 툭하면 지적질에다가 고집불통이다. 자기가 예수쯤 되는 줄 착각한다. 만일 그렇다면 정말 큰 병에 걸림 셈이다. 결코 사제는 예수가 아니다. 사제는 예수를 닮아야 할 평범한 또 하나의 신앙인일 뿐이다.”(24쪽)

나 신부는 “평범한 한 사제의 일상을 엿보면서 독자들이 한 번이라도 웃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를 받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 / 샘터

고 장영희(마리아) 교수의 마지막 산문집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의 개정판이다. 저자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편지와 사진 등을 실어 유고집의 성격이 강했던 초판을 장 작가의 문장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편집했다.

1부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에는 저자가 생전 각종 매체에 연재했던 칼럼 중 풍경과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드러난 이야기를 모았고, 2부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에는 평생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쳤던 영미문학에 대한 글들을 실었다.

“10월입니다. 오곡백과가 풍성함을 자랑하는 성취와 감사의 달입니다. 그런가 하면 자연이 또 한 번의 치열한 삶을 마감하며 순명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이, 만족과 겸손이 공존하는 달입니다. (중략) 무엇보다 10월은 아쉬움의 달입니다. 올해만은 꼭 잘 살아봐야지, 굳게 마음먹었던 계획은 하루하루 버거운 살림살이에 이미 잊었는데, 인생 기차는 어느덧 또 하나의 정거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233쪽)

 


편의점에서 잠깐 / 정호승 / 창비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이 3년 만에 펴낸 시집이다. 50여 년 시를 길러낸 시인의 15번째 신작 시집으로, 125편의 사유가 실려 있다. 제목 ‘편의점에서 잠깐’처럼 낙엽·연필·순댓국·담배꽁초·현관문·점심·기도·숟가락 등 일상의 낯익은 모습을 매개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생에 깃든 진실을 이야기한다.

시인은 “더 이상 시를 못 쓰게 될 줄 알았으나 시를 쓰기 시작하자 말라버린 시의 샘에 조금씩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며 “사랑이 결핍되고 증오가 팽배한 이 시대에 이 시집이 마음에 필요한 수선화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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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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