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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모태 신앙 청년의 성장기vs.비종교인의 영성 공동체 체험기

가톨릭 울타리 안팎에서 보고 느낀, 두 저자의 색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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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너무 익숙하면 그 의미와 소중함이 퇴색되거나 오히려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반면 울타리 밖에서는 그 정체성이 더욱 또렷하게 보이거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종교도 직업도 연령대도 다른 두 저자의 책에서 색다른 비교의 맛을 체험해보자.

 


꽤 낙천적인 아이 / 원소윤 / 민음사

「꽤 낙천적인 아이」는 유튜브 콘텐츠로 대중에게 먼저 알려진 원소윤(마리아)씨의 장편소설이다. 서울대에서 종교학을 공부했으나 직업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고, 책 전반에 3대에 걸친 가톨릭 집안의 일상이 녹진하게 스며 있으나 신실함보다는 너무 익숙해서 다소 냉소적인 기류가 흐른다. 어쩌면 종교라는 이름의 ‘신앙’ 전반을 고찰한 전공과 이제 막 사회 무대에 오른 청춘이라는 시기가 맞물려 서늘한 시선을 갖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가톨릭 집안 출신의 나, 마리아에게 솔직히 죽음 자체는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까짓것 줄초상을 치른다고 해도 사후세계만 있다면 다 괜찮았다. (중략) 하지만 어째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는 의심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28쪽)

“멋진 작품과 풍광에 감탄하며 삶의 의지를 다잡는 것도 하루이틀. 저는 인간과 삶의 매력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해 왔습니다. 그럴 수 있어 기쁘고 슬펐습니다. 우리가 이렇게나 연결되어 있는데 또 이렇게나 제각각이라는 사실 때문에 평생 헷갈렸습니다.”(260쪽)

유년 시절과 현재를 오가는 성장소설은 전체적으로 유쾌하게 읽힌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라는 직업답게 속도감 있으면서도 기발하고, 묵은 신앙인답게 진지하면서도 진실되다. MZ세대 특유의 통통 튀는 문체에 박학다식함이 더해져 가볍고도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무엇보다 그 꽤 낙천적인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를 갖게 한다.

 


나의 오래된 순례, 마돈나하우스 / 주은경 / 플로베르

제목만 봐서는 도통 무슨 내용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나의 오래된 순례, 마돈나하우스」는 방송작가와 시민교육가로 밤낮없이 일만 하던 무종교인의 가톨릭 영성 공동체 체험기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작은 시골 마을에 위치한 마돈나하우스. 1947년 설립된 그곳은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남녀 평신도와 사제들이 생활하는 공동체다.

섬유근육통 진단을 받고 쉬어야 한다는 말에 세밀한 목표나 계획 없이 찾아간 저자는 마돈나하우스를 설립한 캐서린 도허티의 이야기를 통해 단순한 삶, 나누는 삶에 대해 성찰한다. 또 완벽한 고요를 마주하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청빈·순결·순명에 관한 의미를 되새긴다.

“완벽한 고요. 소리 없음이 얼마나 큰 소리를 내는지 들어봤는가? 귀 가득히 절대적인 고요함이 들린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게는 소리가 있다. 그런데 이토록 소리 없음도 있구나.”(67쪽)

“공동체를 지성·감성·영성의 통합적 정신을 바탕으로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일구려 노력하는 사람들. 이들은 작은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실천하며, 따뜻하고 정서적인 관계를 다져가고 있었다. 이런 공동체의 존재를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했다는 것. 이것은 나에게 하나의 발견이었다, ‘순례’의 경험이었다.”(225쪽)

저자는 이후 “상상하고 성찰하는 힘, 표현하고 연결하는 힘이 강해졌으며, 내면이 튼튼해져 나를 더욱 좋아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 힘을 바탕으로 발견하고 배우는 순례자의 자세로 살고 싶다”고 강조한다.

윤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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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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