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아우구스티노(354~430)의 「고백록」(Confessiones)은 루소·톨스토이의 고백과 함께 세계 3대 참회록으로 불린다. 젊은 시절 진리와 행복을 찾아 각종 철학과 종교를 접하고, 육체적 쾌락과 야망, 학문과 명예를 좇았던 성인의 「고백록」은 교회 안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전적 고백 문학의 효시이자 그리스도교 신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을 다각도에서 살펴보자.
고백록 / 아우구스티누스 / 성염 역주 / 한길사
성염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
번역하고 주석 더해
“제 나이 열아홉 살부터 스물여덟 살까지 9년이라는 세월 동안 온갖 욕정에 호리고 홀리기도 하고 속고 속이기도 하면서 살았습니다. 공개적으로는 자유학예라고 부르는 학문을 내세워, 은밀하게는 종교라는 허울을 내세워 그리했습니다.”(157쪽)
“저는 누구이며 도대체 어떤 인간입니까?”(389쪽)
「고백록」은 33세에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인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43세에 쓴 책이다. 지난 삶의 사상적·도덕적 방랑을 글로 옮긴 책으로, 모두 1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10권은 어린 시절의 방황과 회심의 과정, 수도자이자 사제로 살아가던 심경을 기록했고, 11~13권은 창조와 시간 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주교황청 대사를 지낸 성염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가 번역하고 주석을 더한 「고백록」은 성인이 절대 진리를 찾아 나아간 여정을 꼼꼼하게 뒤따른다. 라틴어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성인에 대한 오랜 연구로 역사적·사상적·신학적 맥락을 짚은 설명은 독자들에게 친절한 길잡이가 된다.
책에는 ‘밀라노 정원에서의 회심’ 등 이탈리아 산지미냐노 성 아우구스티노 성당 재단에 있는 성인의 생애를 담은 베노초 고촐리가 그린 벽화들도 실려 있다.
과르디니와 함께 고백록 읽기 / 로마노 과르디니 / 김형수 신부 옮김 / 최대환 신부 감수 / 가톨릭출판사
성인의 영성 현대적으로 계승한
로마노 과르디니 신부의 해설집
「과르디니와 함께 고백록 읽기」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영성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사상가인 로마노 과르디니 신부의 해설집이다. 저자는 성인이 겪은 하느님을 향한 회심의 여정을 도덕적 회고나 심리분석, 단순한 철학적 전환으로 치부하는 모든 해석을 명확하게 거부한다. 저자는 「고백록」이 한 인간이 자신의 존재 전체를 걸고 역사 속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께 응답하는 실존적인 기록이라고 강조한다. 즉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 하느님의 진리 안에 자신을 놓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자신의 수치심과 자기주장의 저항 속에서도 하느님의 인식에 결합하는 것이다.
“「고백록」 안에서 그리스도교적인 모든 것을 제거해 본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경험한 사람이라면, 아우구스티노가 겨우 그 외에 남아 있는 것들 때문에 그토록 고뇌했다고 믿지 못한다. (중략) 회심의 과정은 그 사람의 생사가 걸린 문제로서 모든 것을 요구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께로 향한다. 아우구스티노가 회심하고 자신의 고백록을 기록해 바친, 그리스도교의 하느님께서는 철학의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구약 성경과 신약 성경에서 증언하는 거룩하시고 살아 계신 분이시다.”(10쪽)
책은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내면적 투쟁을 통하여 저자의 핵심 개념인 ‘마음’과 ‘인격’을 설명한다. 청년 아우구스티노가 키케로의 「호르텐시우스」를 통해 지혜에 대한 열정에 불타올랐을 때에도,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그리스도의 이름이 없다는 사실에 결국 뒤로 물러났던 것처럼, 철학적 진리가 하느님 계시와 은총 없이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과르디니 신부는 베를린·튀빙엔·뮌헨 대학교 등에서 종교철학을 가르쳤고, 청년들의 신앙을 길러주는 가톨릭 청년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