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계신 분께 홀로 / 토마스 머튼 신부 / 최문희 옮김 / 분도출판사
영성가 토마스 머튼 신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물음에 답 들려줘
「홀로 계신 분께 홀로」는 영성가 토마스 머튼 신부가 전하는 그리스도교 초기 사막 교부들의 이야기다. 세상에 태어났지만 하느님과 하나 되기 위해 세상을 버리고 사막으로 들어간 사람들, 이기심 없고 진실하며 담백한 정신과 의지로 향하는 길을 이해하고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은 머튼 신부가 미국 켄터키 겟세마니 수도원의 수련자들에게 했던 강의를 글로 다듬어 펴낸 것이다. 15편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
머튼 신부는 그리스도교 박해 시기부터 동방의 수도승 생활이 서방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된 오리게네스 논쟁까지 사막 교부들의 역사를 유기적으로 설명한다. 또 안토니우스·바실리우스·그레고리우스·히에로니무스·멜라니아 성인 등 주요 인물을 살펴보고 그들의 생애와 저술을 종합하여 영성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를 분석했다. 수도생활이 체계화되지 않았던 시기인 만큼 수도승들은 그릇된 길에 빠질 위험이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해 수도원을 만들고 기준을 세웠다. 순종과 분별이 미덕으로 자리 잡고, 분심·자만·시기 등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적은 하느님과의 일치였다.
“인간은 본성상 단순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손에서 단순하게 태어납니다. 사회가 인간에게 교활함과 이중성을 부여한 것입니다. 사회적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사막에 산다면 사람은 단순해질 것입니다. 단순함의 특징은 아무것도 자신의 것으로 돌리지 않고 모든 것이 하느님에게서 온다고 여기는 것입니다.”(240쪽)
수도승들은 사막에 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물었고, 나름의 답을 찾았다. 머튼 신부는 그들의 이야기, 이 ‘수도승들의 시선’이 수도자가 아닌 지금의 우리에게도 유익하다고 말한다. 그들 역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통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초기 수도승들이 살았던 삶을 낱낱이 되살리거나 그들이 했던 모든 것을 그대로 따라 하려고 노력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수도승들이 다른 시대를 살면서 다른 문제들을 풀어 갔던 그 방법과 정신으로, 우리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풀어 간다는 뜻일 겁니다. (중략) 우리가 사막 교부들의 금언이라고 알고 있는 수많은 문장은 사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들입니다.”(24쪽)
20대에 가톨릭 신자가 돼 트라피스트 수도원에 입회한 토마스 머튼(1915~1968) 신부는 내적 성찰과 관상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인권·평화·종교 간 대화와 일치에 공헌했다. 70여 권의 책을 출간한 대표적인 가톨릭 영성 작가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