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와 함께 교회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따뜻하면서도 괄목할 만한 발자취를 남긴 두 사제의 회고록을 새해 나침반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추기경 김수환 / 가톨릭평화방송 엮음 / 조한건 신부 감수 / 가톨릭출판사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유일한 회고록 재개정판
한국 가톨릭교회의 상징인 ‘하느님의 종’ 김수환(1922~2009) 추기경. 현재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가 시복시성 예비 심사 중인 김 추기경의 삶과 생각을 담은 회고록이 출간됐다. 지난 2004년 소개된 책의 재개정판이다.
“신부 되는 것,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될 수밖에 없도록 인도하셨고 주교와 추기경의 삶은 명령으로 떨어졌고, 여기에 따르는 긴 세월의 삶은 단순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었다. (중략) 그럼에도 하느님께서는 오히려 이런 죄와 허물을 통해서, 바오로 사도가 ‘죄 많은 곳에 은총도 충만히 내렸다’(로마 5,20 참조)고 하신 대로 당신의 사랑, 당신의 자비, 당신의 그 풍성한 용서의 은총을 깨닫게 하여 주셨다.”(412쪽)
이 책은 김 추기경이 남긴 유일한 회고록으로, 그의 구술을 토대로 집필됐다. 어린 시절부터 추기경이 되기까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격동의 한국 사회를 온몸으로 겪은 80여 년의 여정이 100장이 넘는 사진과 함께 펼쳐진다. 또 1969년 당시 최연소면서 한국 최초의 추기경으로 서임된 과정과 서울대교구장 재임 30년 동안 마주한 한국 교회의 역사적 순간들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사제의 길을 결심하기까지의 내적 갈등, 이후 자신의 역할과 위치에 대한 고민 등을 진솔하게 드러내는가 하면 돌아가신 어머니와 형에 대한 그리움도 토로한다. 가난하고 약한 이들의 지킴이면서 사회 통합 및 화합의 다리가 됐던 김 추기경의 삶과 신앙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진정한 어른이자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목소리와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이면서 시복시성위원회 위원인 조한건 신부가 감수했다. 책의 표지는 추기경이 유년 시절 살던 집을 떠올리며 직접 그린 ‘옛집’이다. 제목과 소제목은 가톨릭출판사가 개발한 글꼴 ‘김수환추기경체’를 사용했다.
차인현 신부의 삶과 음악 / 사단법인 봄
한국 교회음악 기틀 잡은 차인현 신부의 신앙과 음악
한국 교회음악의 기틀을 잡은 차인현(1938~2025) 신부의 회고록도 나왔다.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월남한 뒤 세례 및 사제품을 받은 이야기부터 1970년대 로마 교황청립 교회음악대학에서 종교음악을 공부한 과정, 귀국 후 서울대교구 종교음악연구소 소장으로 가톨릭음악원을 짓고 최양업홀에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하는 등 사제로서 음악가로서 한국교회 및 교회음악과 함께한 지난날이 수록되어 있다.
한국교회사연구소가 발간하는 「교회와 역사」에 게재된 내용을 뼈대로 동료 및 선후배 사제, 여러 지인의 이야기를 통해 살을 채웠다. 동생 차연옥(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를 통해 로마 유학시절 차 신부가 가족에게 보낸 편지 내용과 숨은 이야기도 더했다. 마지막으로 차 신부가 수행한 교회음악에 대한 연구 실적도 부록으로 실었다.
“하시고자 하는 일이 너무도 많으신 주님은 또 하나의 사업인 종교음악원 건립을 위해 나를 부르셨고 주님이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믿어 의심치 않기에 미진하고 보잘것없는 내 능력에도 서슴지 않고 그 부르심에 응했다.”(98쪽)
차 신부는 1994년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전신인 가톨릭음악원을 설립했고, 통일성가집편찬위원회 대표를 맡아 여러 성가집을 한데 묶은 「가톨릭성가」를 편찬했다. 무지카사크라서울합창단과 무지카사크라소년합창단을 만들고, 조선교구 150주년 신앙대회 합창단을 지도하는 등 한국 교회음악 보급과 발전에 헌신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