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2주일은 인권 주일이면서 사회 교리 주간이다. 교회와 사회의 상호 작용은 인류의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이루어져 왔으며, 오늘날 교회는 전인적 차원에서 복음의 가치를 사회 안에서 실현하고자 노력한다. 다양한 움직임과 그 흐름에 동참할 수 있는 기도를 책으로 만나보자.
선교하는 제자 공동체 / 스티븐 배반스 신부 / 권영파 옮김 / 흐름출판사
“예수는 실로, 이후 서서히 성장하여 교회가 될, 이 공동체를 위한 기초를 놓고 씨앗을 심었다. 이렇게 탄생한 공동체는 예수의 ‘타오르는 비전’을 이어받아 인류와 하느님 사이, 인류와 모든 창조물 사이, 그리고 지구의 모든 민족 사이에 새로운 킨십(kin-ship)을 구축할 것이다. 교회는 세상에서 정의를 증언하고 실현하려 하는 공동체, 지구 끝까지 하느님의 자비를 증언하고 전파하는 공동체, 하느님이 모든 인간과 모든 창조물에게 제공하는 치유와 온전함을 증언하고 전파하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115쪽)
상황신학 분야의 석학인 스티븐 배반스(말씀의선교수도회) 신부의 「선교하는 제자 공동체」가 출간됐다. 저자는 “선교는 교회가 하는 일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교회를 존재하게 하는 활동이며, 교회에 가장 ‘깊은 정체성’을 부여한다”고 말한다. 교회의 정체성이 선교이고, 그 구성원은 제자이며, 구성 형태는 공동체라는 것이다. ‘동사’로서의 교회는 움직이고 발전하며 작용하는 실재다. 책은 교회 역사를 신학과 선교 활동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성찰하며, 신자들의 공동체가 어떤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교회로서 드러내는지 묻는다.
저자는 다년간 세계교회협의회의 가톨릭 측 총대참관인으로 활동했고, 2021년 미국선교학회로부터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해미신앙문화연구원 권영파 부원장이 우리글로 옮겼다.
사랑의 동반: 청소년의 성과 사랑 / 안토넬라 시나고가 등 / 윤만근·백광현 신부 옮김 / 돈보스코미디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성은 당신의 피조물들에게 주신 놀라운 선물입니다.’(「사랑의 기쁨」 150항) 그러나 정서적-성적 충동에는 그 나름의 정교한 방식과 태도에 해당하는 ‘문법’적 특징, 이치와 질서, 혹은 객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중략) 성은 타인을 향한 한 개인의 분리된 관계이며, 타인을 향해 자기를 넘어선 초월이며, 주고받음의 기능과 더불어, 자기와 타인을 나타내는 양극단의 균형입니다.”(87쪽)
청소년 교육자를 위한 「사랑의 동반: 청소년의 성과 사랑」이 출간됐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책은 성(性)을 금기시하거나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현상을 비판하며, 인간 전존재의 표현이자 이해의 통로로 보는 새로운 교육적 관점을 제시한다. 특히 성의 도구화와 상업화에 맞서 가톨릭 교육자와 사목자가 인간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통합적으로 접근할 것을 강조한다.
공동 저자인 미겔 앙헬 가르시아 모르쿠엔데(살레시오 수도회) 신부는 “우리가 온 마음을 다해 돕고자 하는 청소년은 케루빔이나 세라핌 혹은 대천사로 변화시켜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육체를 가진 존재로서 애정의 욕구와 성적인 취향을 지니며 다양한 방식으로 성을 경험하고 표현하는 이들”이라며, “따라서 예방교육의 본질 가운데 하나인 ‘친절한 사랑’으로 청소년과 동반해야 한다”고 말한다.
몸과 마음으로 바치는 기도 / 안셀름 그륀 신부 / 박국병 옮김 / 분도출판사
가톨릭 신자는 모든 금요일에 금육을, 사순 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과 예수님이 돌아가신 성금요일에는 단식의 의무가 있다.(교회법 제1251조, 성장기 학생이나 만 60세 이상 면제)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평신도가 이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이른바 ‘불금’에는 치킨에 맥주, 삼겹살에 소주, 스테이크에 와인이 제격 아니던가. 하지만 다른 이유로 단식하는 사람은 늘고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 탄수화물 등을 끊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는 사람도 많다.
신앙인에게 단식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안셀름 그륀 신부는 그리스도인은 물론 유다인에게 세 가지 경건한 행위가 단식·자선·기도며 이들은 내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초기 교회의 경험을 통해 단식을 신앙의 표현으로, 기도의 한 방식으로, 곧 ‘몸과 마음으로 바치는 기도’로 새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특히 오늘날 가능한 형태의 단식과 마음가짐을 제시한다.
“단식하는 동안 나는 어떤 친절한 모습 뒤에 숨어 있는 부정적인 감정, 곧 슬픔이나 분노 같은 감정을 마주합니다. 이런저런 활동을 함으로써, 이것저것 먹고 마시며 스스로를 위로함으로써 애써 덮어 놓은 상처가 터집니다. 여태 억눌러 놓은 것들이 죄다 드러납니다. 단식은 내가 누구인지 벗겨 내 보입니다. 단식은 나에게 어떤 위험이 있는지, 내가 어디서 싸워야 하는지 알려 줍니다.”(50쪽)
삶의 모든 순간을 바치는 기도 / 박정미(카리타스) / 성바오로
“지금은 제 마음이 너무 무겁고, 도저히 기도할 힘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제 마음을 아시며, 저의 모든 고통과 고민을 이미 알고 계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중략) 주님, 당신은 저의 약함을 아시고 고통 속에 있는 저와 함께하시니, 제가 그 속에서 다시 일어날 힘과 용기를 주소서.”(‘도무지 기도할 수 없을 때 드리는 기도’ 중)
기도하는 정법이 있을까? 정해진 규칙이 없기에 오히려 기도를 어렵게 느끼고,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신앙인이 많다. 「가톨릭 기도서」도 있지만, 풍진세상을 살아가는 평신도들에게 좀더 친숙한 기도서가 출간됐다. 책 제목처럼 아침부터 저녁, 축하나 위로가 필요한 순간, 나와 타인 및 사회를 위한 다양한 기도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관계 속에서 조화로운 나를 위하여 △반려동물을 위한 기도 △운전 전후 기도 △존엄한 노년을 위한 기도 등 지금을 살아가는 신앙인이 공감할 수 있는 섬세한 기도문들이 눈에 띈다.
방황의 끝에서 만난 빛, 이태석리더십 / 구진성 외 / 답게
‘울지마 톤즈’를 제작한 구수환 감독에 의해 출발한 이태석글로벌리더십스쿨 학생 23명이 쓴 소감문을 엮은 책이다. 스웨덴 5선 의원인 올레 토렐 의원의 협조로 진행된 현지 프로그램에서, 한국에서 선발된 학생들과 스웨덴에서 난민생활을 하는 우크라이나 출신 일부 학생이 국제 현안들과 올바른 리더십에 대해 함께 공부했다. 누군가는 자신을 돌아보고, 어떤 이는 다른 이의 사연에 공감하며, 어떤 비전을 품게 되었는지 진솔하게 기록했다.
“저는 이태석리더십을 ‘나비효과’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태석 신부님 한 사람의 사랑과 헌신이 남수단 아이들을 의대생으로 이끌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중략) 이태석리더십은 단순히 한 번의 행동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지속적인 힘이라고 생각합니다.”(69쪽)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