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정원 / 마거릿 로즈 릴리 / 신지현 옮김 / 성서와함께
“예수 탄생 예고 장면에 등장하는 수선화는 하느님의 사랑이 이룬 위업과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 한편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영광스러운 날 아침에 수선화가 일제히 꽃을 피웠다는 전설이 있다. 여기서 드러나는 다시 태어남은 죽음 이후의 영원한 삶을 암시한다.”(122쪽)
수선화·아네모네·베고니아·칼라·백합·작약·옥잠화?. 겉모습은 헷갈리지만 이름은 익숙한 이들 꽃은 일상에서는 물론이고 제단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성경 곳곳에도 피어 있다.
「기도의 정원」은 원예가인 마거릿 로즈 릴리가 정원을 가꾸며 체험한 영적 여정을 담은 책이다. 성 베네딕도회 봉헌 회원으로 원예업계에서 50년 가까이 활동한 저자는 피정 등에서 받은 수많은 질문에 답하며 이 책을 썼다. 꽃, 허브와 과수, 풀과 화초, 나무 등 네 가지 범주로 나눠 그리스도교 예술과 건축에서 비유를 통해 자주 등장하는 식물, 각종 전설과 설화에 언급된 식물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각 식물이 지닌 상징과 의미를 설명하고, 전례에 사용되는 식물 가운데 이교도적 의미가 있는 경우 해당 식물의 그리스도교적 상징을 재정립해 오해를 바로잡았다.
“먼저 ‘부활 백합(Resurrection lily)’이라는 이름에 대한 혼란부터 바로잡도록 하자. 영어권에서는 이 이름을 가진 식물이 여럿 있으며, 각각 다른 이름도 몇 개씩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실은 백합과에 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 그리스도를 통한 새 생명과 주님의 부활을 상징하는 데 쓰일 수 있다. ‘부활 백합’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꽃은 우리말로 상사화다.”(143쪽)
“금잔화속 식물에 ‘마리아의 황금꽃(Mary’s gold)’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은 12세기 독일의 수녀인 빙엔의 성녀 힐데가르트다. (중략)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이 귀한 꽃을 성모님께 바치는 기도의 봉헌물로 삼았으며, 6세기 이후에는 금잔화의 황금빛 꽃잎으로 성모님의 머리 뒤에 비치는 후광을 표현했다.”(223쪽)
저자는 “성경은 에덴동산에서 겟세마니, 그리고 세상의 종말까지 수천 년에 걸쳐 하느님께서 역사하시는 모습을 전하고 있다”며 “기도의 정원을 매만지고 꾸미는 일은 하느님의 피조물을 매개로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고, 우리의 믿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라고 전했다.
책에는 정원을 가꾸는 데 필요한 실용적인 정보도 적혀 있다. 메리 스프레이그가 그린 소박하면서도 화사한 세밀화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가톨릭 전례 꽃꽂이를 배우며 본당에서 꽃 봉사를 담당하는 번역가 신지현씨가 맞갖게 우리글로 옮겼다.
마거릿 로즈 릴리는 성 프란치스코 피정센터 명예 정원관리장을 지냈으며, 미국 미시간주 랜싱교구의 주교 관저와 은퇴 사제관의 조경 사업에도 참여했다. 「정원사를 위한 가톨릭 식물연감」을 펴냈고, 각종 온라인 매체에 정원 가꾸는 법과 영성에 대한 글을 게재하고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