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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호 가롤로의 감사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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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루르드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대성당


군종신부로 살던 1981년의 일이었다.
어느 주일 미사 시작 조금 후, 성당 문이 열리면서 휠체어 한 대가 들어와 입구 쪽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 온 사람 같았기에, 미사를 마치고 그에게 다가가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태어난 지 몇 달 만에 원인 모를 병에 걸렸다. 그래서 어머니와 함께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치료하고 약을 썼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결국 뇌성마비로 판정받아 혼자서는 이동할 수 없는 장애자로 살게 되었다. 그러는 중 15세가 된 어느 날, 옆집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가출해 여러 곳을 떠돌아 지내다가 부산의 한 재활원에서 살게 되었다.

그에게는 라디오가 유일한 친구요 스승이었으며, 그의 모든 상식과 지식은 오로지 방송을 통해서 터득된 것이었다. 특히 기독교 방송은 그에게 성경과 하느님을 알게 해주었고, 그리스도교 신앙인이 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어느 날이었다. 부산 구포 본당의 레지오 단원 김양숙 클로틸다가 그곳을 방문하여 활동하다가 결심하게 되었다. 그것은 그러한 변상호와 평생을 같이 살기로 한 일이다. 그리하여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지인(知人)의 소개를 받아 경기도 파주군 광탄면의 ‘순복음 금식 기도원’으로 가서 살았다. 그래서 그날은 인근에 있던 육군 제1사단의 전진성당(前進聖堂)으로 나를 찾아왔던 것이었다.

그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특별히 네 가지 일에 감사한다고 했다.

첫째는 하느님을 알고 신앙을 갖게 된 것이고, 둘째는 이렇게 인생의 동반자인 아가씨를 만나게 된 것이며, 셋째는 장애로 살아가나 시각장애인이 안 된 것이고, 넷째는 언젠가 다른 장애인들을 돌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두 가지를 부탁했다. 하나는 자기가 세례를 받게 해주고, 다른 하나는 두 사람에게 혼인성사를 집전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감동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전해 듣기는 했으나, 당사자를 직접 만나보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세례를 받고 결혼하여 30년 동안 왕래하면서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었다.

그런데 주인공 변상호 가롤로 형제는 안타깝게도 간경화로 고생하다가 2010년 11월 22일 세상을 떠났다. 임종 직전까지도 경기도 평택에서, ‘요한의 집’을 운영해 자신과 비슷한 장애인 20여 명을 돌보며 같이 살았었다.
사도 바오로는 테살로니카 사람들에게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라고 말했다.
변상호 가롤로는 그렇게 살았다.

온갖 역경 속에서도 언제나 미소 지으며, 주님 안에서 기뻐했다.(이사 61,10 참조) 또 틈만 나면 녹음된 성가와 성경을 들으며 묵상하고 기도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인내하고 감사드렸다. 전신 장애인이었지만,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보다 행복하다며 모든 수입의 십일조(十一條)를 봉헌했다. 교도소에 초대를 받아 가서는 수감자들에게 감명을 주는 훌륭한 강사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장애인 부부보다 낫다. 그렇다면 우리가 더 많이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드려야 하지 않는가? 또 하느님의 사랑과 부모의은혜에, 배우자의 헌신과 이웃의 도움에 진정으로 더 많이 감사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글 _ 최봉원 신부 (야고보, 마산교구 원로사목)
1977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0년 군종장교로 임관, 군종단 홍보국장, 군종교구 사무처장 겸 사목국장, 관리국장, 군종참모 등을 지냈으며 2001년 군종감으로 취임, 2003년 퇴임했다. 이후 미국 LA 성삼본당, 함안본당, 신안동본당, 수산본당, 덕산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했으며, 마산교구 총대리 겸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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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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