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용기, 결단력, 신뢰…. 고해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그렇다면 고해성사를 집전하는 사제에게는 어떤 덕목이 필요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교 성서신학 박사이자 2016년부터 미국 인디애나주 성 마인라드 수도원 대아빠스로 봉직하고 있는 저자가 동료 사제들과 신학생들을 위해 「고해 사제의 핸드북」을 펴냈다.
저자는 책에서 46년 전 자신이 처음 고해성사를 집전했던 순간을 되돌아본다. 사제품을 받은 지 5시간도 지나지 않은 어느 오후, 주차장에서 만난 한 교우가 그에게 물었다. “신부님, 혹시 성사를 볼 수 있을까요?”
대개 신학교에서 배우는 고해성사 과목은 성사의 역사적 발전과 죄, 은총, 화해 같은 신학적 개념을 다루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해성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와 이해를 전하는 성사이지만, 많은 사제가 정작 ‘어떻게 고해를 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교육 없이 고해자를 만나게 된다.
저자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성사 현장에서 사제가 마주하는 부담과 기회에 주목하며, 고해 사제로서 무엇을 살피고 어떤 점을 성찰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1장은 사제와 고해자 사이의 성사적 만남에 관한 다섯 가지 원칙을 다룬다. 첫 번째 원칙은 성사가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 ‘그 집전자’ 사이의 만남이라는 점이다. 고해자가 하느님께서 자신을 성사에 초대하시고, 또 그 성사를 통해 어루만지신다는 사실을 체험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사제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저자는 화해의 성사를 잘 이끌기 위한 적절한 질문, 고해자에게 건넬 수 있는 용서와 평화의 말 등을 짚으며 사제가 진정성 있게 성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권한다.
“사제가 단순히 형식적으로 사죄와 평화를 선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은총이 실제로 고해자의 마음 깊이 자리 잡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45쪽)
2장과 3장에서는 사제가 할 수 있는 일과 반드시 피해야 할 말들을 다루고, 4장에서는 고해소에서 실제로 마주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들을 짚는다. 어린이의 고해나 동료 사제의 고해, 교회의 성(性) 윤리에 관한 가르침과 갈등을 겪는 이들의 고백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저자는 사제와 신학생, 성사 준비를 돕는 교사들뿐 아니라 일반 신자들도 이 책을 통해 성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길 바란다고 말한다. 고해성사의 긍정적 체험은 사제가 자비로운 경청자이자 치유자임을 깨닫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