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성 요한 네포무크 가톨릭 성당 내부에 성 요한 네포무크가 고해성사를 주는 모습의 모자이크화가 전시되어 있다. 14세기 보헤미아의 성인인 그는 ‘고해 비밀의 봉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첫 번째 순교자로 여겨진다. OSV
고해 사제의 핸드북 / 커트 스타시아크 대아빠스 / 안병영 신부 옮김 / 성바오로
“고해성사의 거행은 사제들이 신자들과 나누는 중요한 만남 중 하나입니다. 이것은 또한 가장 인격적인 만남이며, 심지어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진시키는 만남이라고 많은 사제들이 털어놓곤 합니다.”(‘서문’ 중)
사순 시기 받은 고해성사표가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가톨릭교회에만 존재하는 고해성사는 병든 마음과 영혼을 치유하며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은총의 시간이지만, 자신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생각과 모습을 타인에게 말로 구체화하는 데는 매번 상당한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다. 게다가 어디부터가 죄고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고해성사를 보는지,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오늘날에도 고해성사에 관해서는 모범 답안을 얻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고해성사가 신자들뿐 아니라 사제들에게도 어렵고 막막할 수 있다면 고해소를 가로지르는 가림막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공감대와 편안함이 형성될까?
「고해 사제의 핸드북」은 성마인라드신학교 부총장 및 영성 지도 디렉터 등을 지낸 성마인라드수도원 커트 스타시아크 대아빠스가 집필한 책이다. 제목대로 고해성사를 집전하는 사제가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부담과 그에 대한 현실적이고 사목적인 제안을 담고 있다.
가톨릭 가정에서 성장해 신학교에 이르기까지 가톨릭 교육을 충실하게 받은 저자 역시 ‘죄를 어떻게 고백해야 하는지’는 잘 알지만, ‘다른 이의 죄를 들을 때 사제로서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막막했다고 고백한다. 신학교에서 배운 성사에 관한 교육은 신학과 역사, 교회법 측면에 집중돼 사목적 관점에서의 준비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해성사를 집전하는 수많은 사제가 토로하는 어려움과 아쉬움을 마주한 저자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 글로 기록했고, 이 책은 초판 이후 20여 년간 미국 전역의 신학교에서 필독서로 채택되기도 했다.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사제와 고해자 사이의 성사적 만남에 관한 다섯 가지 원칙을 다룬다. 2~3장에서는 고해 사제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것을 말할 수 있는지, 반면 반드시 피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4장에서는 동료 사제의 고백, 어린이의 고해성사 등 사제들이 고해소에서 직면하는 특수한 상황을 살펴본다.
“그들이 고백하는 내용은 그들에게 중요합니다. (중략) 고해자들은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용서와 평화를 얻기 위해 고해성사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분명히 자신에 대한 평가가 가벼이 여겨지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141쪽)
고해성사는 고해자와 고해 사제 모두에게 적지 않은 것들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에 대해 구체적인 조언이나 평가를 받을 기회는 고해자와 고해 사제 모두에게 없다. 저자는 이 책이 고해성사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와 성찰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화해의 성사가 무엇보다 사제들에게 은총의 보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성 요한 바로오 2세 교황의 말씀을 달리 표현하면, 우리 사제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성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그 혜택은 단지 우리의 사제직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제적 존재 전체, 곧 사제의 삶 전체에 미칩니다. 사제들에게 있어서 ‘고해소 가림막 양쪽 모두’에서 경험하는 고해성사는 밭에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큰 보물입니다.”(2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