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가 넘는 작가 생활 끝에 소노 아야코(마리아 엘리사벳)가 80세에 택한 화두는 죽음이었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2025년 향년 93세로 별세한 저자가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남긴 에세이다.
그는 현대인이 죽음을 삶 밖으로 밀어내는 태도를 문제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마트에서 포장된 닭고기를 집어 드는 일상이 그것이 살아 있는 닭에서 비롯됐음을 잊게 하듯, 삶과 죽음의 연결을 외면하면 죽음은 느닷없는 상실로만 다가온다는 것이다.
반면 삶이 곧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임을 받아들이는 순간, 죽음은 오히려 삶을 더 능동적으로 살게 하는 동기가 된다고 역설한다. 죽음을 직시하는 자각이야말로 인간성의 회복이며 각성이라는 시각이다. 삶의 본질과 멀리서 살아온 사람들마저 죽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사색적으로 변모할 수 있으며, “인생에 끝이 있다는 인식에서 인간은 비로소 삶의 본질에 다가선다”고 말한다.
책은 죽음을 전제로 삶의 의미를 묻는 첫 장에서 시작해 죽음 고지(告知)의 문제, 운명의 불평등, 자연사와 연명 치료,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실천, 임종의 시간 등 열다섯 편의 에세이로 구성돼 있다.
그는 “인간은 누구든 마지막은 지는 싸움”이라며, ‘죽음만은 누구에게나 단 한 번 공평하게 찾아온다’는 사실에서 역설적으로 삶의 충만함을 끌어낸다. 이어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매 순간 자신과 타인을 속이려 하지만, 죽음 앞에서는 일체의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다. 충만한 삶을 위해서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답게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면서 “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식할 때 비로소 죽음이 두렵지 않고, 후회 없는 생의 마지막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도 비중 있게 다룬다. 저자는 ‘죽음 고지’, 즉 환자에게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오히려 환자를 돕는 일이라고 본다. 적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를 짚으며, 자신이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 만나두기’를 꼽는다. ‘여생이 6개월뿐이라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은 독자 각자에게 남겨진 숙제다.
자연사에 대한 저자의 소신도 책의 중심축을 이룬다. 소노 아야코는 ‘부자연스러운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사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멋진 노년의 자세’라고 밝힌다. 아무리 힘든 인생이라도 기한이 있으며, 자연사가 찾아오는 순간은 통증과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자 책임과 부담으로부터의 해방이기도 하다. 저자는 2055년이면 노년 인구가 40퍼센트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가 온다며, 자연사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이것이 자살과는 엄연히 다름을 거듭 강조한다.
개인의 죽음을 넘어 사회로도 시선을 넓힌다. 에볼라 출혈열의 현장에서 사명을 완수한 간호사 수녀들의 죽음, 싱가포르에서 작별한 가족의 이야기, 음선법요(音禪法要) 체험 등 구체적 사례에서 길어 올린 죽음의 철학이 에세이 곳곳에 배어 있다. 노년의 쇠퇴를 병이 아닌 또 하나의 선물로 받아들이는 그는 50대쯤부터 몸과 마음은 서서히 죽기 시작한다고 담담하게 서술한다. 죽음이 두려움보다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