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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주체성 회복」…‘알고리즘 먹이’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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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알고리즘이 선택을 대신하며, 앱이 관계를 중개하고, 자동화 시스템이 노동을 흡수하는 시대다. ‘더 많은 시간’과 ‘여유’를 돌려주겠다는 기술의 약속은, 점점 빠르게 돌아가는 현실 앞에서 공허하게 울린다. 오늘의 불안은 단순한 기술 과잉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의미와 목적을 다시 묻는 데서 비롯된다.


‘교황청 AI 연구 그룹’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그 물음에 가톨릭 신학과 철학의 언어로 응답한다. 이 그룹은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하기 위해 교황청 문화교육부 초청으로 꾸려진 신학자· 철학자·윤리학자들의 모임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제1부 ‘인간 주체성 이해’는 가톨릭 사상이 오랫동안 다듬어 온 주체성 개념을 정리하는 데서 출발하는데, 특히 4장 ‘AI는 참된 주체성을 가질 수 있는가?’가 눈에 띈다. 저자들은 여기에서 AI에 ‘의식적 내면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AI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며, 인간의 행위가 정서·심리·영적 삶 전체와 연결된 것과 달리, 어떤 대상에 관해 말하고 행동하는 인간 정신의 고유한 ‘객체 지향성’을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2부 ‘AI와 주체성에 관련된 특정 문제들’은 현실의 위험을 구체적으로 짚어 나간다. 유도·조작·중독의 메커니즘, 탈 숙련화와 알고리즘 기반 통치, 허위 정보의 범람과 기술 가속화가 어떻게 인간의 판단력과 정체성을 약화하는지 차례로 살핀다.



제3부 ‘인간 주체성의 증진’은 비판을 넘어 대안을 모색한다. 연대성, 공동선, 보조성 등 가톨릭 사회교리의 핵심 원칙을 기술 논의의 토대로 삼으며, 특히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preferential option for the poor and vulnerable)’이 기술 설계와 보급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기술은 그 우선순위를 기술자의 이익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둬야 함을 밝힌다.


저자들은 AI가 끝내 도달할 수 없는 인간다움의 본질을 탐구한다. 또 인간 주체성이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최적화하는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실재를 이해하고 해석하며 선한 방향을 분별하는 ‘지혜’의 문제라는 것을 역설한다. 


그 지혜의 핵심 출발점으로는 ‘취약성’을 제시한다. 완벽하지 않고 때로 연약하기에 서로를 필요로 하고, 관계 안에서만 온전히 존재하게 되는 인간의 모습, 책은 이것이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다움의 핵심이라고 본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 모상(imago Dei)’이기 때문이다.


이 통찰은 자유에 대한 새로운 이해로 이어진다. 그 자유는 타인과 올바른 관계를 맺으며 번영하고, 자신의 소명에 응답하는 자유다. 하느님 모상으로서 지성과 자유 의지를 부여받은 인간이 그 소명을 기계에 넘기지 않고 삶의 주체로 설 때, 기술은 비로소 인간 존엄을 섬기는 도구가 된다는 결론이다.


이성효 주교(리노·마산교구장)는 한글판 서문에서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희망의 인간학’을 보여주는 데 있다”며, “AI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모든 그리스도인과 지성인들에게 ‘알고리즘의 먹이’가 아닌 ‘자유의 자녀’로 살아가는 지혜의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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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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