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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와 소록도에서 복음을 살아낸 사람들

제주를 초록섬으로 바꾼 맥그린치 신부의 70년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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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 관광지 제주도,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 소록도.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풍성한 먹거리 너머 특별한 역사와 아픔을 간직한 곳이다. 한때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던 이들 섬에 지금의 평화와 안식이 깃든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보자.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초록 / 김태훈 / 남해의봄날



“아이들은 한참을 웃고 떠들다가 ‘미국놈, 미국놈’ 외치며 급기야 손가락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어설프게나마 한국어를 배운 패트릭도 그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중략) ‘나는 미국 놈 아니에요. 아일랜드 놈이에요. 그러니 아일랜드 놈이라고 불러 주세요.’”(58쪽)

이 아일랜드인이 책의 주인공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1928~2018) 신부다. 6·25전쟁 직후인 1953년, 25세의 외국인 신부가 가난하고 고립된 섬 제주에 찾아와 평생을 바친 이야기다.

20세기 들어 한반도 선교를 관할하던 파리외방전교회의 세력이 위축되자 교황청은 1916년 아일랜드에 새로 설립된 성골롬반외방선교회가 당시 제주도가 포함된 광주지목구를 관할해 줄 것을 제안했다. 맥그린치 신부는 그렇게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었다.

신부는 한국인과 빨리 동화되기 위해 맥그린치에서 ‘M’을 따와 ‘임 신부’라 부르게 했다. 선교보다는 굶주린 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개선하는 데 앞장섰다. 고국 아일랜드의 축산업 기술을 도입해 제주의 양돈 산업을 일구고, 이시돌 목장과 축산주식회사를 설립해 지역의 산업 기반을 다졌으며, 양모 니트 브랜드 한림수직으로 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에 멈추지 않고 이시돌병원·양로원·요양원·유치원 등을 설립, 황무지였던 제주는 눈부신 초록섬으로 탈바꿈했다.

책은 맥그린치 신부의 사랑이 곳곳에 깃든 70여 년 제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현재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 이사장인 마이클 리어던 조셉 신부의 인터뷰를 더해 이시돌 목장의 변화와 비전까지 보여준다.

지역 공동체와 로컬기업을 연구하는 김태훈씨가 글을 썼고, 생전 맥그린치 신부의 모습은 준초이 작가가 촬영했다. 책의 수익금 일부는 성이시돌복지의원에 기부할 예정이다.



 


올무에 걸린 아기 사슴 / 오문수 / 비지아이



전남 고흥반도 녹동항에 인접한 소록도.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해 소록도(小鹿島)라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감한 이름과 달리, 소록도는 오랜 세월 한센인들이 아픔을 끌어안고 살던,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된 섬이었다. ‘올무’는 ‘올가미’의 다른 말, 책의 제목이 「올무에 걸린 아기사슴」인 이유다.

중고교 영어교사 및 인터넷신문 기자로 일한 오문수 작가가 5년간 4만 쪽의 자료를 접하고 수많은 한센인과 그 가족을 직접 만나 엮었다. 한 세기가 넘는 한센인 강제 분리 및 수용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 격동의 한반도 근현대사와 맥을 함께하며, 한센병에 대한 지식 및 치료법의 발전, 의료윤리 및 인권에 대한 개념이 잡히기 전후 확연히 다른 소록도의 모습을 조명한다.

사회로부터 낙인된 한센인들의 참혹한 삶과 더불어 그들을 품고자 노력했던 그리스도인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1959년 ‘예수 성심 성월’인 6월 경남 산청에 들어선 한센인 공동체 성심원, 그곳을 지킨 프란치스코회 주 꼰스탄시오 신부부터 정 시모네·강 도나또·유의배 신부 등의 헌신,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소록도 방문이 일으킨 변화 및 마가렛·마리안느 수녀의 조건 없는 사랑도 수록돼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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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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