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이상이 아닌 현실에서의 ‘시장’은 치열하고 냉혹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이 시장에 연대와 나눔이 자리하고 있다면 어떨까. 시장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조직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시장은 원래 차갑지 않았다 - 필리아에서 아가페까지 시장의 인문학 / 루이지노 브루니 / 최석균(마태오) 등 옮김 / 북돋움
애덤 스미스 이후 주류 경제학은 인간을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존재로 가정했다. 각자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에게 남는 물건을 주고 필요한 물건을 받는 데서 시장이 출발했다고 본다. 그러나 시민경제학은 경제 활동의 밑바탕에 형제애·신뢰·대가를 바라지 않는 증여의 정신이 깔려 있다고 본다.
루이지노 브루니(이탈리아 로마 룸사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시장 문명이 발생한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1000년의 역사를 통해 ‘신뢰와 유대’의 시장을 제시한다. 이익을 넘어선 동료 사이의 우정인 ‘필리아(Philia)’와 대가 없이 주는 사랑인 ‘아가페(Agape)’가 어떻게 경제적 교환의 기초가 되는지 설명한다.
“애덤 스미스는 ‘각자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타인과 사회의 이익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했지만, 제노베시는 세계의 조정자인 하느님의 법은 그렇지 않다고 보았다. 그렇다고 ‘모두가 다른 사람의 이익을 추구’하자는 것도 아니다. (중략)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유익하라’는 ‘계명’은 우리 모두에게 적용된다."(270쪽)
사랑과 나눔의 문화로 경계를 허무는 기업들 / 아눅 그레벵 / 연숙진(아녜스) 옮김 / 이유출판
아눅 그레뱅(프랑스 낭트대학 경영학) 교수는 ‘주는 문화(Culture of Giving)’를 실천하는 세계의 기업들을 탐방했다. 이윤을 나누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며 ‘모두를 위한 경제’를 실천한 우리나라 빵집 ‘성심당’을 비롯해 대출이 어려운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성장한 필리핀의 농촌 은행 ‘방코 카바얀’, 취약계층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교육까지 지원한 파라과이의 청소 전문회사 ‘토도 브리요’, 자율과 협력을 기반으로 기업 내부를 넘어 지역 사회까지 책임을 확장한 아르헨티나의 건축자재 회사 ‘디마코’를 소개한다.
“성심당은 단 한 번도 어제의 빵을 다음날까지 팔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100개가 넘는 협회와 단체가 성심당의 빵을 기부받고 있다. 이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매달 평균 3만 유로(약 4800만 원) 이상을 기부하고 있는 것과 같다.”(109쪽)
저자는 이들 업체의 나누고 베푸는 철학을 통해 기업이 사회와 연결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자본주의도 인간적인 모습을 띨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윤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