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서거 100주년 맞아 시복 조사 맡은 신학자가 쓴 전기...방대한 자료·신학적 해설 독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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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정 대성전) 전경.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6~12일 스페인 사목 방문 기간 중 144년 만에 완공된 이 성당의 중앙 첨탑 봉헌식을 주례했다. 가톨릭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가 설계했으며, 올해는 그의 서거 100주년이다. OSV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 / 아르만드 푸치 신부 / 송병선 옮김 / 한스미디어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6~12일 스페인을 사목 방문했다. 방문 기간 중 교황은 바르셀로나 성가정 대성전(바실리카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중앙 첨탑인 ‘예수 그리스도 탑’ 봉헌식을 주례하고, 설계자인 가경자 안토니 가우디(1852~1926) 서거 100주년 장엄 미사를 주례했다.
144년 만에 성가정 대성전이 완공(내부는 미완)된 데다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맞아 그의 삶과 예술 세계를 다룬 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은 산 푸시아대학 아테네오(바르셀로나) 신학부 학장 및 총장을 지낸 아르만드 푸치 신부가 쓴 책이다. 가우디의 고향 카탈루냐 레우스 인근 지역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스스로를 가우디가 살았던 땅의 풍경과 신앙, 언어와 감각을 몸으로 알고 있는 연구자라고 말한다. 실제로 성가정 대성전을 장식하는 상징들을 신학적으로 해석해온 학자며, 가우디의 시복 절차에 필요한 생애와 신앙, 영적 여정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맡기도 했다.
가우디는 생전에 말과 글을 많이 남기지 않았지만, 그의 세속적인 작품과 종교 작품은 대부분 보존되어 있다. 저자는 교회의 공식적인 지원 하에 수집한 방대한 실증 자료, 동시대 기록과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가우디를 종합적으로 복원한다. 특히 그를 단순한 모더니스트가 아니라 ‘빛과 공간, 재료와 형태를 자신만의 미학으로 다루는 독특하고 유일한 존재’로 바라본다. 가우디는 자연을 모방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작품’으로 보았고, 자신의 건축이 주변 환경과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기를 바랐으며, 자연 속에서 건축의 원리를 발견하려 노력했다.
“가우디는 이렇게 말한다. ‘예술은 아름다움이니, 진리가 없으면 예술도 없다. 그리고 진리를 찾으려면 창조된 존재들을 잘 알아야 한다.’ 가우디는 자연이 하느님의 계시를 보여주는 첫 번째 방식이며, 두 번째는 성경, 곧 성서의 글이라고 여긴다. 자연과 성경 속에서 하느님은 말씀하시고 자신을 드러낸다.”(147쪽)
책은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구엘 공원, 콜로니아 구엘 교회, 마요르카 대성당 복원 작업 등 가우디의 주요 작품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바라본다.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십자가와 묵주, 복음서의 상징, 자연과 빛의 의미, 카탈루냐 문화와 건축적 전통까지 세밀하게 추적한다.
“가우디는 삼위일체의 신비, 곧 하느님은 한 분이시며 위격에서는 세 분으로 존재한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숫자 ‘3’과 그 배수들, 즉 3×2.5인 7.5, 3×4인 12, 3×3인 9에 2를 곱한 18, 12×2인 24는 대성당 내부와 외부 공간의 치수를 조화롭게 규정한다. 그래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삼위일체에 대한 찬가이다.”(290쪽)
1894년 사순절의 단식과 정신적 위기를 겪은 이후 가우디는 자신의 작품 안에 가톨릭 신앙과 상징을 더욱 깊이 담아내기 시작했다. 말년에는 성가정 대성전 공사에만 전념하다시피 했고, 직접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책은 제목대로 가우디의 삶과 일에 대한 방대한 자료와 신학적인 해설이 독보적이다. 다만 모든 이미지가 흑백으로 처리돼 가우디가 담아낸 지중해의 찬란한 색감을 확인할 수 없는 점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