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를 의식하지 않아요. 할 수 있는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거죠.”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잔느·91) 작가가 자신의 삶과 예술을 녹인 책 「김윤신, 전기톱을 든 여인」(김윤신·권근영 지음/300쪽/2만2000원/안그라픽스)을 펴냈다. 김 작가는 6월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부대 행사로 마련된 북토크에서 독자들을 만났다.
이날 행사는 공동 저자인 권근영 중앙일보 미술 전문 기자가 사회를 맡았다. 권 기자는 함경남도 원산과 안변에서 보낸 유년기부터 한국전쟁과 피란, 프랑스 유학, 아르헨티나 이주와 현재 작업으로 이어지는 김 작가의 삶과 작업을 사진 자료와 함께 소개했다.
김 작가는 “자연이 다 친구였다”며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홀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던 어린 시절, 산과 들은 어린 김윤신에게 말을 건네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권 기자는 작가의 초기 소나무 조각을 두고 “어머니가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하던 기억,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기도 같은 형태가 겹쳐 보인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유학 시절 세례를 받고 ‘잔느’라는 이름을 얻은 김 작가에게 나무와 돌을 마주하는 일은 단순히 재료를 다루는 일을 넘어, 그 안에 깃든 생명의 결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그를 상징하는 조형 언어는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다. 서로 다른 둘이 하나를 이루고, 다시 하나가 나뉘어 또 다른 하나를 이룬다는 뜻으로, 김 작가는 “나무와 돌, 작가의 정신이 하나가 돼 새로운 형태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는 작가의 조각 세계를 이루는 핵심으로, 자연과 인간, 재료와 정신이 서로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예술로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책 제목 속 ‘전기톱’에 얽힌 이야기도 이어졌다. 김 작가는 아르헨티나에서 큰 나무를 다루기 위해 처음 전기톱을 잡았다. 그는 “처음에는 두렵고 몸이 떨렸지만, 시간이 지나며 톱과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전기톱이 나무를 깎아내는 도구를 넘어, 나무 안에 숨은 결을 따라가는 통로가 된 셈이다.
김 작가는 끝으로 관객들에게 “다듬지 못한 마음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면서 “그런데 그 마음에 집중하지 말고, 자신이 힘들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고 전했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