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이 흔들릴 때 사람들은 답을 찾는다. 왜 상처가 생겼는지, 미워하는 마음을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는지 묻는다. 이 질문들에 여섯 사제가 신앙적 응답을 건넨다.
가톨릭출판사의 웹진 ‘가톨릭북플러스’에 실린 글 중 독자들의 공감을 얻은 글을 선별해 엮은 책이다. 이들은 각자의 삶과 사목 현장에서 만난 질문을 바탕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딛고 다시 하느님께 향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첫 번째 키워드는 ‘상처’다. 명형진 신부(시몬·인천가톨릭대학교 복음화연구소 소장)는 자신을 ‘유리 멘털’의 소유자라고 고백한다. 과거 누군가의 말에 깊은 상처를 받은 그는 사제로서 너그럽지 못한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낀다. 명 신부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토마스 사도에게 상처 난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신 장면을 묵상하며, 상처가 새로운 관계의 출발점이 됐음을 풀어낸다. 그는 상처가 하느님과 나누는 진정한 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밝히며, 상처를 잘 받는 마음이 약점이 아닌 하느님과의 대화 통로가 된다고 강조한다.
상처가 하느님과의 대화를 여는 자리라면, 그 대화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한계 앞에서 더 깊어진다. 문재상 신부(안드레아·대전가톨릭대학교 영성관장)는 그 자리에서 필요한 태도로 ‘의탁’을 말한다. 독일 유학 시절 박사 과정에서 인생 최대의 시련을 만난 그는 “이 일이 당신의 교회에 필요하시다면 이 공부를 마치게 해 주시고, 그렇지 않다면 그저 이대로 흘러가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하며 온전한 의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 경험으로 자신의 욕심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문 신부는 한계 앞에서 필요한 것은 포기가 아니라 하느님께 맡기는 의탁임을 일깨운다.
방종우 신부(야고보·가톨릭대학교 교수)는 ‘미움’을 다룬다. 미워하는 마음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용서는 쉽지 않다. 방 신부는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마태 5,22)이라고 전한 예수님의 말씀을 전한다. 미워하는 마음을 품으면 우리 스스로 불행해지며, 설사 자신이 의인이라 할지라도 원수와 똑같이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방 신부는 미움을 암세포에 비유한다. 암세포는 인간의 신체가 죽으면 자신 역시 소멸하는 것을 모른 채 세력을 확장하다 끝을 맞는다. 그는 이처럼 미움은 결국 그 마음을 품은 사람 자신을 무너뜨린다고 설명하며, 누군가를 미워하기보다 먼저 자신을 사랑으로 보듬고 나아갈 것을 권한다.

사랑으로 마음을 돌보는 일은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된다. 심재현 신부(치릴로·살레시오회·서울시립청소년드림센터)는 이를 ‘부르심’의 자리로 바라본다. 흔히 ‘성소’를 사제나 수도자의 길로 떠올리기 쉽지만, 그는 성소가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부르심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모든 그리스도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고 거룩하게 살아가야 함을 되새긴다.
은성제 신부(요셉·서울대교구 대치동본당 주임)는 ‘신앙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성당과 멀어진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에게 그는 신앙교육에 앞서 자녀와 인격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한다. 본당에서의 직책이나 봉사가 자녀와의 인격적 관계를 형성해 주지는 않으며, 자녀는 가정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모두 보는 정확한 눈을 가진 존재임을 짚는다. 그러면서 부모가 해야 할 영역과 하느님께 맡겨야 할 영역을 식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신앙생활 안에서도 사람은 흔들리고 두려움을 마주한다. 때로 버거운 삶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재밌는 영상이나 뉴스 등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한다. 이한석 신부(요한 사도·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절망에 빠져 죽기를 청했던 엘리야 이야기를 통해, 모든 소음이 지나간 뒤 침묵 속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음을 전한다. 그는 엘리야가 고통 속에서 하느님을 만났듯, 우리 삶의 흔들림도 아직 끝나지 않은 하느님의 이끄심 안에서 바라보도록 이끈다.
책의 말미에는 사제들이 직접 쓴 기도문이 수록됐다. 기도문은 책에서 만난 사유와 묵상을 실제 삶에서 기도로 이어 주는 길잡이가 된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추천사에서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흔들리는 순간에도 늘 함께 계신다”며 “이 책이 그 약속을 일상에서 다시 새기게 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하느님께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을 비추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