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명위 오석준 신부·시민 단체 등 15일 국회 기자회견
대통령이 직접 낙태약(미프진) 국내 도입을 촉구한 가운데, 가톨릭교회와 의료계·시민단체가 태아 생명과 여성 건강을 외면한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 신부는 1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는 태아의 생명부터 소중히 여기자는 국민의 목소리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냐”며 “지금의 정부는 태아의 생명은 물론 여성의 건강과 생명까지 방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개최해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오석준 신부와 70개 시민 단체로 이뤄진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회가 함께했다.
박 신부는 이 자리에서 “낙태를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형식과 절차 때문이 아니다”라며 “모든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인 생명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박 신부의 이러한 비판은 전날인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0차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낙태약이 허용이 안 되다 보니 현실적으로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복용하다 사고가 난다”며 “대체입법이 되기 전이라도 의사가 재량으로 처방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고 제안하면서 나왔다. “불완전하더라도 방치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종교계와 의료계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박 신부는 “국무회의에서의 대통령 발언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그곳에서 한 말 중 어느 것도 태아에 대한 염려는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아도 대통령이 소중히 여기는 국민 가운데 한 사람이자 모든 국민이 한때는 태아였다”며 “여성과 태아를 모두 살리는 것이 모든 국민을 살리는 길이고, 이 나라를 참으로 인간답게 만드는 길이 될 것”이라며 거듭 당부했다.
의료진도 박 신부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이대서울병원 웰니스건강증진센터 장지영 교수는 “실제 미국에서는 미프진에 대한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범위, 원격 진료 처방, 우편 배송, 주 정부 규제 권한 등을 둘러싼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며 “법적 기준이 불명확해 행정적 해석에 의존할수록 의료 현장과 사법체계의 혼란은 커져만 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낙태 허용 임신 주수는 그저 행정 편의를 위한 숫자가 아니다”라며 “태아의 발달 단계와 약물 효과, 산모에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위험을 고려해 설정되는 최소한의 안전 기준”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의사의 재량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라는 발언에는 참담함까지 느껴진다”며 “법과 진료 지침을 충실히 준수해도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면 민사상 손해배상과 형사 책임까지 부담해야 하는 현실에서 의사 재량에 맡기자는 것은 결코 의사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것이 아닌 ‘책임 떠넘기기’다”라고 전했다.
태여연은 “이재명 대통령의 무책임한 낙태 약물 허용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