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의 개인화와 세속화가 깊어지고 있다. 일부 신자는 교회를 떠나고, 또 다른 이들은 교회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한다. 그럼에도 교회는 진정한 그리스도의 몸이며, 신앙인의 삶이 시작되고 자라나는 자리다. 그렇기에 신앙인은 교회를 자신의 몸처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오늘날 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며, 우리는 왜 교회를 사랑해야 할까. 올해로 사제서품 40주년을 맞은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가 교회론을 전한다. 책은 체계적인 학술서라기보다 그간 손 주교가 서울 대신학교와 가톨릭교리신학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의정부교구장으로서 쌓은 사목 경험에서 얻은 통찰을 모은 것에 가깝다.
책은 ‘주님이 세우신 교회’와 ‘우리가 일궈 가는 교회’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교회의 기원과 신학적 토대를 다룬다. 구약 이스라엘의 역사부터 예수님의 공생활과 십자가 죽음, 부활, 성령 강림에 이르기까지 구원의 역사 안에서 형성되어 온 교회의 역사를 보여 준다. 이어 신약에 나타난 교회의 자기 이해인 ‘그리스도의 몸’, ‘하느님의 백성’, ‘성령의 성전’을 설명한다.
특히 손 주교는 거룩하면서도 동시에 죄스러운 교회의 모습을 성찰하며 그 본질을 살핀다. 사도신경은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를 고백하지만, 2000년의 역사 속에서 교회 구성원들은 십자군 전쟁과 이단자 박해, 마녀사냥 등 수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손 주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헌장」 8항과 2000년 대희년 사순 제1주일에 거행된 ‘용서의 날 전례’를 짚으며, 교회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정화되어 가는 공동체임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말을 빌려 “신경에서 ‘거룩한’이라는 낱말은 인간들의 성덕을 두고 한 말이 아니라 인간의 부정 한가운데 거룩함을 베푸는 신적 은혜를 가리키는 말”이라며 “교회의 거룩함은 하느님이 인간의 죄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행사하는 저 성화의 힘으로써 성립되는 것”이라고 밝힌다.
2부는 오늘날 신앙인이 교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전한다. 손 주교는 교회를 세상의 가치와 구별되는 공동체로 이해하며, 그 정체성이 무엇보다 미사를 통해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또한 보편 사제직과 직무 사제직의 차이와 연관성, 평신도의 사명 등을 밝히며 교회가 성직자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모든 신자가 각자의 카리스마를 통해 함께 만들어 가는 곳임을 강조한다.
이어 손 주교는 다음 세대에 신앙을 전하는 일은 교리 지식이나 관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지적하고, 평신도의 사명이 교회 공동체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각자의 가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신앙이 교회 안에서 자라난다면, 그 신앙이 처음 뿌리내리는 곳은 ‘가정 교회’이기 때문이다. 먼저 신앙의 길에 들어선 부모와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복음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줄 때, 그 삶 자체가 다음 세대를 신앙으로 초대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주교 스스로 “새롭거나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내용”이라고 밝힌 책에는 그가 교회를 통해 받은 하느님 은총에 대한 감사와 교회를 향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책은 교회의 의미를 다시 묻는 이들과 교회를 위해 크고 작은 봉사를 하는 모든 이들에게 길잡이가 된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