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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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신앙도 신앙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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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으로부터 연재 요청 메일을 받고 걱정이 앞섰다. 과연 내 글이 신문에 실릴 만한 수준이 될까. 16개월 아기를 보육하며 틈틈이 원고를 써봤고 이 원고로 연재할 수 있을지 여쭈는 메일을 보냈지만, 며칠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남편은 바빠서 그럴 거라며 기다려보라고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가라앉았다.

‘하긴, 다른 필자분들은 정말 엄청난 분들이던데. 난 신앙심도 얕고 겪은 일도 평범하니 나라도 안 싣겠다.’ 내심 위로하며 포기하려던 그때, ‘일요한담’에 글을 실을 수 있다는 기쁜 답신이 도착했다! 나도 모르게 돌고래 소리를 내지르며 좋은 글을 쓰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렸다. 기도를 마치고 나니 ‘그래, 기쁠 때 기도할 정도면 신앙심이 아예 없진 않지!’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솟구쳤다.

​사실 나의 신앙생활은 억지로 부모님 손에 성당으로 끌려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부모님은 오랜 냉담을 풀고 가족 모두를 데리고 성당에 가셨다. 그땐 성당 건물이 없어 비닐하우스에서 미사를 드렸고 부모님은 냉담으로 성체를 모시지 못해 부끄러워하셨다.

​그 후 엄마는 성당 노인대학 교사까지 맡으며 누구보다 열성적인 신자가 되셨다. 그리고 주말마다 텔레비전 앞을 지키던 나를 성당으로 이끌었다. 미사와 주일학교를 빠지면 무서운 엄포가 떨어졌기에, 나는 ‘똥 씹은 표정’을 하면서도 매주 성당에 가야 했다. 미사 중 딴청을 피우고 친구와 떠들다 교리 선생님께 혼나면서도 꾸역꾸역 자리를 지켰고,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의 끈질긴 권유에 이끌려 잠시 교리교사 활동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마음의 한계가 찾아왔고, 나는 엄마에게 선언했다. “나도 이제 성인이야! 내가 공부해보고 믿든지 말든지 알아서 할게!”

​당연히 나는 일절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누군가 종교를 물으면 떳떳하게 ‘천주교’라고 답했다. 그 답을 들은 상대방이 나를 청초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바라봐 주길 바라는 추잡한 욕망 때문이었다. 

성당도 안 가면서 천주교인이라는 껍데기만 탐냈으니 양심에 찔렸지만, 잠깐의 죄책감이 나를 공부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그러다 내 안에서 우울과 무기력의 전쟁이 터졌고, 나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서야 나는 가족들과 모여 앉아 다시 기도를 시작하고 성당을 찾게 되었다. 힘든 상황에 부닥쳐서야 하느님을 붙잡은 셈이다.

​그래도 스스로 성당에 발을 들인 후부터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성경 공부를 하고 피정도 다녔다. 생각해 보면 참 많이도 돌아온 길이지만 이 역시 하느님의 계획 안에 있었던 듯하다.

​이후 나는 바라고 바라던 직장인이 되었다. 그리고 취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 시절 잠시 친하게 지냈던 선배 오빠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게 된다. 독실한 교회 오빠였던 그 사람과 만나 결국 성당에서 혼인성사를 보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다음 주에 계속해 볼까 한다.

글 _ 마예은 엘리사벳(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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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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