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필리핀 여성이 울면서 저를 찾아왔습니다. 며칠 전 그녀의 공장이 화재로 완전히 전소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다치진 않았지만, 소지품과 저축 통장, 서류 등 모든 것이 불타 없어졌습니다.
제가 할 수 있었던 말은 오직 “여기에 당신의 가족이 있습니다. 우리 공동체가 있습니다. 필요한 모든 것을 우리가 드릴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것을 잃었지만, 우리를 잃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당신 곁에 있습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녀는 저를 바라보며 눈물을 닦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며칠 후, 제게 전화를 걸어 새 직장과 거처를 찾았고, 모든 것을 잃었지만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공동체가 그녀에게 희망과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 것입니다.
바로 그날, 필리핀에서 사진 한 장과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아버지(신부님), 보세요! 한국에서 같이 일하다가 필리핀에서 다시 만난 사람들이 있어요!” 사진 속에는 한때 광주엠마우스 이주민 공동체의 일원이었던 필리핀 이주민 두 명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진을 보고 너무나 기뻤고, 공동체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이주민들은 고국을 떠날 때 모든 것을,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들, 가족을 두고 갑니다. 그들은 외로움을 느끼고, 이 외로움은 때때로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새로운 관계,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결국 자신의 가족을 파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저를 매우 슬프게 합니다. 때로는 그들의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이주민들이 우리 엠마우스를 통해 한국에서 만난 공동체는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 그리고 기쁨의 원천이었습니다. 그것은 가족, 물론 ‘새로운 가족’이지만 ‘건강한 가족’입니다. 이 가족은 고향에 있는 그들의 진짜 가족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신앙을 지키도록 도와줍니다.
엠마우스는 그들이 한국을 떠날 때도 함께하는 가족입니다. 엠마우스를 통해 한국에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것은 이주민들을 풍요롭게 하고 그들이 고향에서 가져온 소중한 것을 되돌려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건강한 가족, 즉 공동체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암에 걸린 한 이주민 환자가 옆 병상 환자에게 했던 말이 항상 생각납니다. 한국에는 그를 보살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저는 그와 매일 몇 시간씩 함께하며 도와드렸습니다.
저는 이탈리아 사람이고 그는 필리핀 사람이었습니다. 옆 병상 환자가 궁금해하며 그에게 물었습니다. “저 이탈리아 사람은 누구예요?”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필리핀 사람이고, 아버지(신부님)는 이탈리아 사람이고, 가족은 한국 사람입니다.” 그 한 문장에는 공동체의 의미가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제 더 이상 외국인도 아니고 이방인도 아닙니다.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에페 2,19)

글 _ 이청우 마우리찌오 신부(오블라띠 선교 수도회·광주엠마우스 이주민 공동체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