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8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박해 피해 신앙 지킨 사람들…「가쿠레키리시탄」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가쿠레 키리시탄(隠れ切支丹).’ 일본어로 ‘잠복 그리스도인’을 뜻하는 말이다. 일본에 가톨릭 선교가 시작된 것은 1549년. 유럽 선교사들의 포교 활동이 이어지자 도쿠가와 막부는 그리스도교를 금지하고 선교사들을 추방했다. 발각된 그리스도인들은 잔인하게 처형당했고, 성화는 무참히 짓밟혔다. 이에 신자들은 박해를 피해 지하로 숨어들었고, 불교와 토착 전통 등으로 종교를 위장하며 신앙을 이어갔다.

오랜 시간이 흘러 미일수호통상조약으로 1859년 선교사들이 돌아왔을 때, 일본의 신앙인들은 그들의 눈에 더 이상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다. 이교로 배척된 일부는 가톨릭으로 재개종했지만, 또 일부는 선조들의 신앙을 지키기로 결심하고 가쿠레 키리시탄으로 남았다.

저자는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뒤 신학과 군사사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리즈대학교에서 가쿠레 키리시탄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책은 1998년 출간된 그의 연구를 번역한 책으로, 가쿠레 키리시탄 신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그들이 살아온 역사와 사회·종교적 맥락 안에서 살펴본다.

책에는 가쿠레 키리시탄 공동체의 구조와 가톨릭과의 관계, 성화와 메달의 상징, 순교자의 무덤과 성지, 전례력과 기도, 공동 식사, 장례와 조상 숭배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겼다. 특히 성물과 성수에 관한 설명에서는 박해와 성직자 부재라는 상황에서 가톨릭과 다른 신앙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 준다.

교회에서는 성수를 사제의 축복을 통해 신앙생활과 전례에 사용하는 물로 여기지만, 가쿠레 키리시탄은 성직자가 없는 상황에서 순교지의 물을 성수로 삼았다. 순교자의 신앙과 희생이 깃든 장소의 성스러움이 물에도 이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책은 제도 교회와 단절된 채 신앙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독특한 의례와 관습이 형성됐음을 설명한다.

책의 후반에는 일본 연구자 나카조노 시게오의 2025년 연구 「가쿠레 키리시탄 신앙 연구의 과거와 현재」도 특별 부록으로 수록돼 1998년 이후 발전한 연구의 흐름 등을 소개한다.

오랜 시간 박해를 견딘 이들의 역사는 오늘날에도 질문을 던진다. 신앙은 전통적인 ‘교리와 제도’에 있는 것일까. 시대를 견디며 변화한 ‘실천과 포용’에도 신앙이 담길 수 있을까. 또한 종교의 언어가 타인을 쉽게 규정하고 전쟁과 혐오의 빌미로 오용되는 시대, 우리는 ‘타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구입처 바로가기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6-09-0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9. 8

마태 11장 28절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