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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통역사에서 종교 통역사 된 사제…「통역사 다니엘 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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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나치 독일의 점령지에서 통역사로 일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통역 임무를 이용해 수백 명의 유대인에게 학살 계획을 알리고 탈출을 도왔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가톨릭 사제가 됐다. 소설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은 이 극적인 삶을 바탕으로 종교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선 한 인간의 여정을 그린다.

소설의 모델이 된 인물은 폴란드계 유대인 출신의 가르멜회 수도사 오스발트 루페이젠(Oswald Rufeisen, 1922~1998)이다. 전후 가톨릭으로 개종해 ‘다니엘 마리아’라는 수도명으로 살아갔다.

소설 속 주인공은 다니엘 슈타인이다. 다니엘은 뛰어난 언어 능력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나치의 비밀경찰 게슈타포의 통역사로 일한다. 그는 통역사라는 위치를 이용해 수용구역 ‘게토’에 갇힌 유대인 수백 명의 탈출을 돕고, 자신 역시 죽음의 위기를 피해 달아난다. 전쟁이 끝난 뒤, 그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그를 찾지만 다니엘은 가톨릭 수도원에서 은둔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사제가 된 다니엘은 이스라엘로 건너가 히브리어를 사용하는 가톨릭 공동체를 세운다. 유대인으로 태어나 가톨릭 사제가 된 그는 자신처럼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신앙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 그가 품었던 꿈이었다.

이처럼 ‘통역’은 작품의 핵심을 이룬다. 전쟁 중에는 언어를 통역했고, 이후에는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이해와 화해를 돕는 다리가 되고자 했던 다니엘의 삶을 상징한다.

작품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종교가 본래 목적을 잃을 때 믿음이 배제와 폭력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한편, 그리스도교가 유대교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화해를 모색해 온 과정도 조명한다. 소설은 이 과정을 편지와 일기, 증언 등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보여 준다.

순교자 성월에 만나는 이 이야기는 박해 속에서 타인의 생명을 구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은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신앙의 증언’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유대인에게도 기독교인에게도 중심에 있는 것은 신이 아니라 사람이네.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지. 사람 안에서 하느님을 봐야 해. … 나는 사람을 파괴하는 진리는 필요하지 않다네. 더욱이 사람을 파괴하는 자는 하느님도 파괴한다네.”(512~513쪽)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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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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