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신부의 향기 / 이태선 엮음 / 윤민구 신부 감수 / 한국교회사연구소
“아프리카는 어릴 때부터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아프리카 쪽을 생각한 이유가 그 성서 구절에 보면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죠. 그래서 수단에 있는 우리 형제자매들의 모습, 괴로워하는 모습, 그런 고통들을 통해서 정말 ‘목마르다.’, ‘배고프다.’, ‘아프다.’라고 표현하시는 그런 예수님을 발견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곳이 바로 그곳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었죠.”(192쪽, 2004년 8월 가톨릭평화방송 ‘인물 에세이 이 사람’ 인터뷰 중)
영화 ‘울지마 톤즈’와 ‘부활’의 주인공이자 수많은 책과 기사로 소개된 이태석(1962~2010) 신부. 인제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로서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었던 그는 1991년 살레시오회에 입회한 뒤 광주가톨릭대와 로마 교황청립 살레시오대학교에서 수학했다. 2001년 사제품을 받은 직후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 파견됐다. 오랜 내전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선교·의료·교육 활동으로 내내 헌신하다 뒤늦게 발견한 대장암으로 2010년 선종했다. 참된 사랑의 실천과 헌신적인 봉사의 삶으로 인제인성대상 특별상(2006)·보령의료봉사상(2007)·한미자랑스런의사상(2009)·국민훈장 무궁화장(2011)·남수단 대통령 훈장(2018) 등을 수상했다.
이렇게 많이 알려졌음에도 여전히 이 신부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가 많다고 한다.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및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공표된 자료가 부족해 이 신부의 삶을 연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그래서 올해 이 신부의 사제수품 은경축을 맞아 유족들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가족들에게 남긴 자료를 한데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바로 「이태석 신부의 향기」. 사제가 된 이후 남긴 다양한 글과 가족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이 신부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동생 이태선(베네딕토)씨가 작업하고 수원교구 윤민구(성사전담) 신부가 감수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부분은 이 신부가 남긴 다양한 강론·기고문·인터뷰 등의 원고다. 원본을 거의 수정 없이 실어 그가 아프리카에서 선교하기까지 품은 생각, 현지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느낀 점을 생생하게 전한다.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인간이(을) 하느님과 닮은 모습으로 창조를 하셨다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인체 부분 중에 제일 닮은 부분이 어떤 부분일까 생각을 해 봤는데 아마 이게 눈이 아닐까⋯. (중략) 시기심이라든지, 미움, 질투, 이런 것들이 눈에 다 쌓여 있는 게 보이잖아요. 우리 책임이죠. 원래는 맑고 투명해야 될 눈이.”(48쪽)
뒷부분은 가족과 지인들의 증언으로 어린 시절의 성품과 학창 시절 음악 활동, 수도원에 들어갈 때의 이야기와 투병 및 임종 때의 모습을 실었다. 이 신부가 직접 만든 곡들에 대한 해제를 더하고, 악보와 음원을 QR코드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너무나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했지만 10남매라는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배울 수가 없자, 성당에 있는 오르간 앞에서 하루에도 몇 시간씩 매달리곤 하여 나중에는 어린이 미사에 반주까지 하게 되었다. 이때 오르간 연습을 하면서 성체와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께 자연스럽게 기도를 하게 되었다.(이때의 체험이 그가 ‘톤즈’에서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하느님을 깊이 만나도록 이끄는 계기가 된다.)”(257쪽)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