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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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싹틔운’ 한국교회 역사 한 권에 「조선 천주교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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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1784년 하느님의 종 이승훈(베드로)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오면서 시작됐다. 숱한 박해 속에서 천주교는 어떻게 조선 땅에 복음의 뿌리를 내릴 수 있었을까. 그동안 한국교회사가 신앙과 순교의 역사를 중심으로 다뤄졌다면, 이 책은 인쇄·출판물이라는 문화사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책에는 예수회 선교사 등이 중국에 서양의 지식과 문물을 소개한 저작물 ‘한문서학서(漢文西學書)’가 조선으로 유입된 17세기부터 성서 활판소가 설립되며 책을 통해 복음이 전파된 19세기까지의 역사가 담겨 있다.

당시 책은 조선에 천주교가 전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매개체였다. 조선에 유입된 한문서학서의 종류는 총 180여 종. 지식인들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문서학서를 읽고 나눴으며, 신자들은 책을 직접 베껴 쓰고 우리말로 번역해 전했다.


책은 이승훈에서 이벽(요한 세례자)으로, 이벽에서 권철신(암브로시오)과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으로, 권일신에서 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과 유항검(아우구스티노) 등으로 이어지는 서적의 이동 경로와 평신도 단체 ‘명도회’를 통한 서적의 생산·보급 과정도 함께 살핀다.

그러나 신자 수가 늘며 손으로 책을 베껴 쓰는 것만으로는 서적 공급이 어려워졌고, 박해로 인해 중국에서 서적을 들여오는 일도 막히면서 조선교회는 신앙 서적을 만들어 보급할 수 있는 인쇄소 마련을 추진했다. 책은 베르뇌 주교가 1861년 조선대목구 공식 목판 인쇄소를 설립해 교리서와 기도서 등을 간행한 일과, 병인박해 이후 일본과 조선에서 활판 인쇄를 통해 서적 발행이 이어진 과정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한글이 복음을 전하는 주요 언어로 자리 잡게 된 배경도 짚는다. 프랑스 선교사들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조선어를 배우고 한글을 익히고 옮겼다. 특히 이들의 조선어 연구는 사전과 문법서 출판으로 이어졌다. 리델 주교가 편찬한 조선어-프랑스어 사전 「한불자전」과 조선어 문법서 「한어문전」의 간행 과정도 상세히 다루며, 두 출판물을 선교사들이 조선어를 배우고 복음을 전하려 했던 노력과 맞물려 나온 성과로 설명한다.

이처럼 책은 한문서학서 유입에서 필사와 한글 번역, 목판·활판 인쇄, 서적 보급과 유통으로 이어지는 조선 천주교의 출판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책을 만들고 유통한 활동과 인쇄소를 세운 노력은 책 한 권이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신앙 공동체가 형성되는 과정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 준다.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은 “이 책은 책을 통한 문서 선교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신앙 선조들을 천주교를 믿다가 관원에게 붙잡혀 신앙을 증거하고 목숨을 바친 순교자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진리를 전파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한 분들로 기억하게 해 준다”고 전했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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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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