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6년 10월 3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포르치운콜라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 육체적 고통과 형제 공동체의 변화 속에서도 그는 하느님을 향한 신뢰를 잃지 않았다.
성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을 맞아 그의 마지막 여정을 조명한 책이 출간됐다. 책은 1223년부터 1226년 선종 직전까지 생애 마지막 3년에 집중하며,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복음을 살아 낸 한 인간으로서의 프란치스코를 바라본다.
저자는 그레치오의 성탄, 라 베르나에서의 고독과 오상 체험, 성 다미아노에서의 고통, 아시시에서의 작별, 포르치운콜라에서 맞은 최후 등 다섯 사건을 중심으로 성인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간다.
책은 1223년 호노리오 3세 교황이 인준한 수도규칙을 통해 프란치스코 영성의 뿌리도 살핀다. 수도규칙은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 19,21) 등 네 가지 복음 말씀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다.
저자는 이를 통해 프란치스코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를 물었다고 설명한다. 복음은 그에게 지켜야 할 규범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걷는 삶의 방식이었다.

특히 책은 위대한 성인의 모습만이 아니라 질병과 공동체의 변화 속에서 고통받았던 인간 프란치스코를 조명한다. 흔들림 없는 사람이어서 거룩해진 것이 아니라, 시련 속에서도 하느님을 향한 신뢰를 놓지 않았기에 성인이 되어 갔다는 것이다.
저자는 프란치스코가 생애 마지막 순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나병 환자들과 함께 머물렀던 시간’을 가장 결정적인 사건으로 꼽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프란치스코는 「유언」에서 이렇게 회상한다. “주님께서 나 프란치스코 형제에게 이렇게 회개를 시작하도록 해 주셨습니다. 죄 중에 있었기에 나에게는 나병 환자들을 돌보는 것이 쓰디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님 친히 나를 그들 가운데로 이끄셨고 나는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자비를 실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서 떠나올 무렵에는 나에게 쓴맛이었던 바로 그것이 도리어 몸과 마음의 단맛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얼마 있다가 나는 세속을 떠났습니다.”
저자는 1205년 나병 환자와의 만남이 단순한 회심의 순간이 아니라, 생애 마지막까지 이어진 프란치스코 영성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한다. 가장 외면하고 싶은 고통과 소외된 이들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길, 그것이 성인이 남긴 복음의 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인의 영성은 오늘날에도 이어진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고 모든 피조물을 형제로 바라보는 삶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모든 형제들」에서도 중요한 가르침으로 계승됐다.
저자는 카푸친 작은 형제회 사제로, 아시시 교황청 신학대학과 로마 교황청 안토니아눔 대학교에서 중세 신학과 프란치스칸 역사·영성을 가르치고 있다. 책은 2023년 이탈리아에서 출간됐으며, 올해 한국어판으로 번역됐다. 그는 서문을 통해 “역사적 시선과 실존적 열정을 가지고 성인의 생애 마지막 시기를 다시 되짚어 보고자 한다”며 “그 유산으로부터 지금도 복음을 삶의 여정으로 삼을 용기와 기쁨을 길어낼 수 있다”고 전했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