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어떻게 자신의 인격 안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을까. 글라렛 선교 수도회 소속으로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성소 양성과 축성 생활의 심리학을 연구·교육해 온 저자가 심리학의 관점에서 축성 생활의 여정을 안내한다.
책은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축성 생활의 여정을 다룬다. 특히 축성 성소를 심리적·양성적 차원에서 바라보며 성소의 선택과 식별, 양성 과정에서 일어나는 내적 움직임을 함께 살핀다. 전반부에서는 성소의 의미와 식별, 그 과정에 작용하는 심리적 요소를 살펴보고, 후반부에서는 관련 교회 문헌을 바탕으로 축성 생활의 양성이 지향해야 할 본질과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성소가 어느 한순간에 도달해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 안에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응답해 나가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성소에 대한 응답은 건강한 인격과 깊이 연관돼 있으며, 그 동기를 매일 새롭게 발견하고 받아들이며 성장해 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저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 2항이 제시하는 ‘올바른 지향’, ‘내적 자유의 정도’, ‘성소 지망자의 적합성’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풀어낸다.
‘올바른 지향’은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를 바탕으로 사제직이나 축성 생활 안에서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려는 열망을 뜻한다. ‘내적 자유’는 성소의 가치를 실제 삶에서 얼마나 충실히 살아 낼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척도다. 개인적이고 방어적인 욕구가 앞서거나 삶의 계획과 성소의 가치가 충분히 통합되지 못할 때 이러한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
‘적합성’ 역시 올바른 동기만으로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사제직이나 수도회의 고유한 소임을 수행할 기본 자질과 함께 하느님 말씀에 비추어 자신을 분별하고, 기도와 성사, 사목적 직무 안에서 신앙을 깊이 살아갈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저자는 심리학을 신앙이나 영성을 대신하는 도구로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욕구와 감정, 내적 동기를 정직하게 들여다봄으로써 하느님과 자신,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성소를 더욱 자유롭고 진실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책은 수도 성소뿐 아니라 사제 성소를 지망하는 이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양성과 식별의 근본 원리를 성찰하도록 이끈다. 동시에 성소에 응답한다는 것이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인격 전체를 통해 끊임없이 성장해 가는 과정임을 일깨운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