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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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위기의 영성…참된 믿음의 길 찾다 「진흙 속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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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휴대폰 화면을 통해 이전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빠르게 소통한다. 하지만 정작 눈앞의 사람을 마주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현실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는 일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디지털 미궁에서 탈출하는 상상력의 신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디지털 문명 속에서 희미해진 몸과 실재의 감각을 회복할 것을 요청한다. 이를 위해 예수회 사상가 윌리엄 린치(William F. Lynch, 1908~1987)의 ‘상상력 이론’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몸 신학’을 교차시키며,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지 탐색한다.

린치는 인간이 오직 구체적인 것을 통해서만 무한한 것에 닿을 수 있다며 ‘유비적 상상력(analogical imagination)’을 강조했다. 현실을 외면하거나 뛰어넘는 대신 시간과 육체라는 조건을 통과해 초월적인 것에 이르는 영적 안목으로, 이를 통해 눈앞의 현상 너머에 깃든 본질을 알아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아폴론적 상상력’은 현실의 복잡한 과정을 회피한 채 추상적인 세계로 단번에 도약하려는 태도다. 저자는 이러한 대비를 통해 현실을 통과하지 않고 초월을 향해 날아오르려는 시도는 결국 제자리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몸 신학’은 책을 이루는 또 다른 축이다. 몸을 하느님이 머무시는 성소(聖所)로 바라보며, 인간의 육체가 하느님을 만나고 사랑을 실현하는 자리임을 일깨운다. 저자는 이 두 가지 개념을 연결해 신앙이 추상적인 관념에 머무르지 않고 삶 속에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을 정교한 기계나 포악한 짐승과 구분 짓는 마지막 보루라고 말하며, 화면 속 매끄럽게 보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주름지고 눈물 고인 진짜 이웃의 얼굴을 마주해야 함을 전한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디지털 시대가 인간의 감각을 어떻게 납작하게 만들고 실재로부터 멀어지게 했는지 진단하며, 2부에서는 린치의 상상력 신학을 통해 실재를 마주한다.

3부에서는 육화 신학이 일상의 미학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살피고, 4부에서는 디지털 문명 속에서도 유비적 상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의 영광의 신학, 로마노 과르디니의 기술 문명 비판, 레오 14세 교황의 첫 회칙 「고귀한 인류」 등 다양한 신학적 자원도 함께 살펴본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진흙’에는 이러한 저자의 시선이 담겨 있다. 진흙은 형태 없이 짓눌리고 물드는 재료인 동시에 하느님이 인간을 빚으신 재료이기도 하다. 결국 저자는 참된 성숙과 사랑, 구원에 이르기 위해서는 기다림과 오해, 갈등을 풀어 가는 육체적 수고까지 삶의 시간 속에서 겪어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느님은 결코 인간의 시간을 가로질러 뛰어넘지 않았다. 그분은 지루한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과했고, 마침내 처절한 인간의 육체 안으로 침투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하느님보다 더 영리해지려 한다. 고통의 단계를 생략하고 영광에 이르는 ‘영적 가로지르기’를 신앙이라 부르곤 한다. 하지만 땅을 딛지 않는 영성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소멸한다.”(33쪽)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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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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