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과 함께 르네상스 시기의 절정을 맞는 이른바 하이-르네상스 시기인 16세기, 그리고 그 뒤를 잇는 17세기 바로크 시대. 흔히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그래서 정점의 시기로 여겨지는 두세기의 유럽 미술사를 `가톨릭개혁의 시각문화`라는 관점에서 조명한 책이 나왔다. 「천상의 미술과 지상의 투쟁」(신준형 지음/(주)사회평론/2만 원).
`가톨릭개혁의 시각문화`라는 부제가 눈길을 끈다. 가톨릭개혁이란 무엇인가. 16세기 루터에게서 시작된 종교개혁에 맞선 가톨릭교회 자체의 내적 쇄신과 개혁을 말한다. 이 개혁은 트렌토 공의회(1545~1563)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와 함께 가톨릭교회는 이제 유럽을 넘어 신대륙인 아메리카와 아시아로 선교 무대를 확장, 세계 선교 시대를 연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시기의 종교사, 종교개혁과 가톨릭개혁의 역사가 아니다.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미술의 전개 방향과 양상, 곧 가톨릭개혁의 미술사를 추적하는 데 있다. 지은이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종교개혁이 천오백년 교회 전통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 이후 두 세기 동안 가톨릭미술은 자신이 그려내는 천상과 지상의 모습을 재확립하고 교회 의식과 신도들의 신앙생활에 필요불가결한 요소로 기능함으로써 가톨릭의 교세를 복구하는 사업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것이 이 책의 주제다"(서문).
라파엘로ㆍ미켈란젤로ㆍ루벤스 등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천재적 미술가들의 작품들은 천상의 황홀함, 성미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작품들을 원래 만들어진 시기인 16~17세기로 돌려놓고 보면 미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한편으로는 천상 구원을 향한 열망과 다른 한편으로는 지상에서 권력을 잡기 위한 투쟁으로 점철된 인간의 삶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책 이름을 「천상의 미술과 지상의 투쟁」이라고 붙인 연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당시의 위대한 미술가들 가운데서도 이런 유형의 작가와 작품들을 위주로 다룬다. 제1부에서 16~17세기 가톨릭개혁 미술의 배경을 이론적으로 고찰하고 이어 2부에서는 16세기 하이-르네상스 시대를, 3부에서는 17세기 바로크 미술을 본격적으로 고찰한다.
책을 쓴 신준형(미카엘 마리아, 38)씨는 현재 명지대 미술사학과 조교수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매디슨)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얻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이 전공으로, 석ㆍ박사 학위논문이 모두 성모 마리아와 관련되는 내용이다. 2000년 세례를 받으면서 세례명에 `마리아`를 더 넣은 이유가 마리아를 공부하면서 가톨릭에 귀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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