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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신학자 전수홍(부산 사직대건본당 주임) 신부가 그리스도교 2000년 역사를 집대성한 「함께 읽는 세계교회사 ①②」(생활성서)를 펴냈다.
국내 가톨릭에 세계교회사를 부분적으로 다루거나 번역한 것은 있지만, 이 책처럼 한국인 사제가 고대교회사부터 21세기 초반까지 장구한 역사를 통사(通史)적 관점으로 기술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역작으로 평가할만하다.
로마 그레고리오대학에서 수학하고 돌아와 부산가톨릭대에서 교회사를 강의해온 저자는 근동의 작은 땅 이스라엘에서 태동한 그리스도교가 오늘날 세계 최대 종교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살폈다.
# 고대교회사는 이단과의 투쟁 역사
이 책은 역사를 구분하고 바라보는 시각에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고대교회사는 역사 속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을 상호 대립적 구도로 설정해 기술한 점이 특징이다.
그 중 하나가 일치 노력과 이단 문제다. 초기교회는 영지주의(Gnosticismus) 같은 이성주의가 침투하고 이단과 이교가 속출해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영지주의는 이원론에 입각해 "하느님에게서 유래한 빛의 왕국에 반대되는 어둠의 왕국은 물질과 피조물들로, 이들은 모두 적이다"라는 주장이다. 자신을 예수가 약속한 성령이라고 주장하는 마니(215~273)가 창설한 마니교는 중국에서부터 스페인까지 방대한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아우구스티노조차 초기에 마니교를 신봉했을 정도다.
교회는 박해보다 더 위협적인 이런 이단ㆍ이교들과 싸워가며 복음을 확장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 13세기에 출현한 탁발수도회들은 그리스도를 닮는다는 순수한 이상으로 돌아가서 세속화된 그리스도 세계를 가난이라는 새로운 덕목으로 개혁해 나갔다.
사진은 탁발수도회 작은형제회를 창설한 성 프란치스코의 설교 장면 삽화(①권 3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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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중세교회사는 교회 쇄신과 개혁 부분에 중점을 뒀다. 전 신부는 "중세 1000년 중에 흔히 말하는 암흑기는 300년 정도인데, 이 사실을 무시하고 `중세=암흑기`라고 통칭하며 전체를 부정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말했다.
저자는 교황과 황제 간 결탁과 대립, 성직자 타락, 부의 축적, 이단 신문 등 교회 과오를 기술하는 한편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찾아 제시했다. 중세교회사의 민감한 부분인 이단 신문만 해도 세속 당국의 개입이 사태를 증폭시킨 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단으로 판결되면 세속 법정으로 인도돼 세속 당국이 처벌했다. 교회에서 요구한 처벌은 금고, 순례보속, 벌금형 정도였으나 재산 몰수의 이해관계에 더 관심있는 관리들이 국적으로 판결된 이단자들에 대해서는 화형을 더 적용했다. 이단 신문의 원래 동기는 정통 교리와 신앙 수호였다."
특히 쇄신운동을 자세히 살폈다. 9세기 클뤼니수도원은 베네딕토 성인의 규칙에 기반을 두고 수도원과 교회 쇄신운동에 불을 지폈다. 그레고리우스 7세 교황은 모든 주교좌 성당과 참사회 성당의 성직자들에게 사유재산 포기와 규칙 준수를 요구했다.
# 어제를 봐야 내일을 꿈꿀 수 있어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복음화 역사를 비중있게 다룬 점도 눈에 띈다. 국내에 자료가 거의 없는 16세기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선교역사 부분은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역사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저자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지나치게 관용적이지도, 비판적이지도 않다. 중도적 시각을 견지하려한 노력이 여러 군데서 발견된다.
저자는 "교회역사 공부는 단지 과거 사실들을 연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와의 대화를 통해 보다 나은 교회 미래상을 구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