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일(안나, 57, 청주교구 영운동본당) 시인. 2002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인 시인이 2003년 시집 「얼룩나비 술에 취하다」를 낸데 이어 6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냈다. 「배꼽 빠지는 놀이」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요지경 같은 세상살이에 대한 시인의 번뇌가 스며 있다.
시집은 유독 슬픔이라는 색깔로 채색된 자화상이 도드라진다. 시인에게 삶이란, 인생이란 무성한 슬픔이 뿔처럼 돋아나는 무엇인가 보다. 그러기에 시 쓰기는 늘 버겁지만, 그래도 시를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게 또 시인의 숙명이다. 그로써 총 4부에 걸쳐 61편 시가 담겼다.
시인은 `높은 벼랑 끝에 서서`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기도`는 그런 내면에 돋아나는 슬픔의 심연에 다다른 심경을 보여준다.
"…갓길을 달려서는/집에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을/오늘에서야 알겠습니다/천천히 빛을 따라 가세요/서두르다가는 저렇게 부끄러운 치부까지/내놓아야 할지도 모릅니다"(`기도` 일부)
시인은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아우성, 한 많은 삶을 마감한 오라비와 누이, 헤엄이 생의 기본인 물고기조차도 거센 홍수에 부대끼며 바위에 부딪혀 상처를 입는 잔혹한 현실에 애잔한 시선을 두며 비상을 꿈꾼다.
그리고는 종국에 사랑으로 되돌아서서 피를 뚝뚝 흘리며 다시 순례를 떠난다. "이 비참한 순례자를 즉각 내치소서//살점 다 내어준 등뼈는 높은 석가래에 걸리고/몇 그람의 살점을 구하기 위해 푸줏간 안에는 순례자들이 기다린다…"(`도시의 순례자` 일부) 길은 험하고 자꾸 넘어지지만 시를 통한 진리 체득의 길은 아득하다.(시선사/7000원)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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