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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이해인 수녀, 신작시 100편 모아「희망은 깨어 있네」펴내
마음이 많이 아플 때 /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 몸이 많이 아플 때 /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 (중략) /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 저만치서 행복이 / 웃으며 걸어왔다 (`어떤 결심` 중)
암 투병으로 고통의 학교에서 수련을 받은 이해인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수녀회, 클라우디아) 수녀가 100편의 신작시를 모아 펴냈다. 「희망은 깨어 있네」는 지난 1년 반 동안 기록한 일상의 단상들이다.
늘 작은 기쁨에 정결한 마음을 담아 노래한 그의 시에 고통이 스며들었다. 그러나 "아프고 나서 감사할 일이 더 많아졌다"는 그의 고백처럼 시어들은 찬란한 슬픔의 옷을 갈아입고 더 아름다워졌다.
그는 "희망이란 잠들고 일어나고 옷을 입는 일상 속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코 저절로 오지 않으며 부르고 깨워야 내 것이 된다고.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길어올린 수녀의 봄 노래에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
시집은 6장으로 이뤄졌다. 일상의 순간, 첫 장 `희망은 깨어 있네`에선 말 한마디에서 기쁨을 찾고, 두 번째 장 `병상 일기`에는 병상에서 느끼는 괴로움과 절망에서 솟아나는 감사한 마음을 써 내려갔다. 세 번째 장 `계절 편지`에서는 자연 풍경과 사람살이에 대한 단상을 담아냈다. 네 번째 장 `채우고 싶은 것들`에는 수도자로서 느끼는 그리움과 꿈, 행복을 그렸다. 다섯 번째 장 `언제나 그리움`에서는 고 김수환 추기경, 고 장영희 교수, 고 김점선 화가를 추모하는 글을 실었다. 마지막 장 `시를 꽃피운 생각들`에는 일기처럼 편지처럼 써내려간 글들을 담았다.
시와 시 사이에 실린 싱그런 자연풍경 사진들은 눈을 맑게 한다. 사진은 김 마리 소피 수녀와 박정훈 사진작가가 찍은 것이다.
이 수녀는 책머리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덮친 암이라는 파도를 타고 다녀온 `고통의 학교`에서 새롭게 수련을 받고 나온 학생"이라며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는 여유, 힘든 중에도 남을 위로할 수 있는 여유,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유를 이 학교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마음산책/9500원)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