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어머니

최인호씨 에세이집 「천국에서 온 편지」출간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어머니의 손은 두터운 농부의 손이었다.
 어머니의 손은 커다란 광부의 손이었다.
몸체가 작으면서도 손만은 거인의 손이었다.
사진제공=양현모 작가
 

   `어머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1987년 11월 2일.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일본 오사카에 머물던 작가 최인호(베드로)씨는 호텔 로비로 걸려온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 최씨는 방으로 달려가 침대 위에 주저 앉았고, 그의 눈에선 소리 없이 눈물이 굴러 떨어졌다. `마치 환자의 팔뚝의 혈관 속에 내리 찔린 링거 병에서 일정하게 수액(水液)이 흘러내리듯`(21쪽).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시켜 마실 때까지만 해도 살아 계시다고 믿었던 어머니가, 커피를 마시던 사이에 돌아가셨다.

 "네가 빨리 우리 집에 와서…… 파출부를 혼내 주고…… 파출부를 쫓아내버려 다오. 부탁이야, 작은 애야……."

 그의 어머니는 지난 수년간 걸핏하면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중얼거리며 훌쩍훌쩍 울곤 했다.

 "파출부가 계란을 훔쳐가고 안약을 훔쳐가고, 쉰밥을 줬다."

 최씨는 한 시간 동안 이어지는 어머니 넋두리를 모두 듣고 있을 수 없어 슬그머니 전화기를 내려놓고 세수도 하고, 이도 닦고, 머리도 감는다.

 최인호 작가의 「천국에서 온 편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어머니를 그린 에세이집이다.

 지상 세계가 하느님의 대본을 따라 연기하며 살아가는 무대라면, 최씨는 무대 한 켠에서 어머니라는 배역으로 자신에게 온 영혼을 아프고 슬프게, 그러나 아주 찬란한 필체로 그렸다.

 "내가 내 크는 재미와 내 사는 분주 속에 미친 말처럼 달리고 있을 때에도 내 어머니는 헛간에 촛불을 밝히고 30여 년을 하루처럼 죽은 아버지 생각하고, 예수님 생각하면서 기도하고 계셨었다."(37쪽)

 최씨는 자식으로서 어머니에게 해드릴 수 있는 가장 기쁜 선물이 함께 기도 드리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안티푸라민 약통에서 묵주를 꺼내 드는, 아주 작은 십자성호를 긋는 어머니의 거룩한 손에 시선이 머문다.

 "내가 어머니 곁에서 자라고, 까까중머리의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나쁜 짓도 많이 하고, 대학에 들어가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연애도 걸고… (중략)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아아, 내 어머니는 내가 보이지 않는 것에 단정히 무릎 꿇고 앉아서 촛불을 밝히고…."

 책에 실린 글 18편은 어머니를 추억하는 회한의 편지이자, 지금의 그를 살게하는 원동력이다. 그의 어머니는 때때로 꿈자리에 찾아와 이마를 짚어주기도,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위로의 말을 건넨다.

 작가는 비밀스럽게 어머니를 만나는 밀회의 장소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언젠가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다. 그것도 가까운 시일 내에 돌아가신다"(25쪽)면서 각자의 삶에 머무는 어머니를 바라보게 한다.(누보/1만 2000원)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0-06-2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4. 2

1코린 13장 4절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