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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영수(부산교구 원로사목자) 신부는 술 예찬론자였다. 보좌신부 시절, 술에 관한 신ㆍ구약 성경구절을 메모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정도였다.
그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탄탄한 저축 계획도 세웠다. 교회만 믿고 빈털터리로 노후를 맞이하는 게 어리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교포사목을 하던 중, 자신을 만나러 온 주교에게는 5분도 지나지 않아 "잘 가시라"고 했다. 그동안 가슴에 사무쳤던 상처와 고통 때문에 결례라는 것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2006년 사목일선에서 물러나 기도의 집 `새 예루살렘 공동체`(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원장으로 있는 왕 신부가 사제생활 50년을 담은 「신앙의 신비여」를 세상에 내놨다. 하느님 은총에 기대어 산 50년 세월의 실타래를 풀어냈다. 18년 동안 해외교포 사목현장에서 신자들과 함께한 다양한 이야기를 비롯해 그를 웃고 울게 만든 사건들을 소개했다. 사제로서 직접 체험한 회개의 힘과 성령의 축복, 말씀의 은총도 나눴다.
그러나 그는 사제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나약한 모습을 진솔하게 드러내 보였다. 음주와 성적 욕구,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그는 생의 고비를 걷고 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실패의 끈을 잡고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갔다. 트라피스트 수도원에 들어가 40일 피정을 하는가 하면, 이냐시오 영성 피정에도 참여했다. 하루 7시간 성경 봉독은 물론 단식도 수 차례 했다.
그가 이 책을 낸 이유는 하느님을 전하고 그분의 크신 사랑을 나누고 그분의 영광을 노래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는 어두운 시간 속에 빛으로 다가온 그 분의 사랑을 노래했다. 그가 사제로서 살아온 시간 속에 신앙의 신비가 살아있었음을 고백했다.
왕 신부는 "사제로서 진정으로 소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이 세상의 소유와 물욕에서 해방된다는 은총이 얼마나 고귀한 지를 깊이 묵상하게 됐다"며 "하느님은 나를 가난으로 인도해 주님의 참 사랑 안에 풍요로운 사제의 삶을 살도록 축복해주신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양업서원/1만 원)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