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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황혼녘을 바라보는 원로 사제가 파란만장한 70년 인생을 풀어놓은 책을 냈다.
안동교구 류강하 신부가 일기 형식으로 엮은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다. `누가 이 글을 읽을까? 쓸까 말까`를 고민하다 낸 책이다.
1969년 사제품을 받은 류 신부는 다인본당에서 사목하던 시절, 농민운동에 뛰어들었다가 강제 연행과 구금을 당하면서까지 농민 편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또 신학생 시절부터 한센병 환우들을 찾아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했다. 쓰레기 섬 난지도 매립장에서 쓰레기를 줍고 밥숟갈도 들었다. 영등포역 근처 창녀촌에선 3박 4일간 수녀를 도와 밥도 지어봤다. 가톨릭상지대학 학장에 취임해 12년 동안 교육현장에서 학생들과 동고동락했다.
사목자로서 다양한 삶의 현장을 직접 체험한 류 신부의 글은 호소력이 있다. 소외된 이들을 향한 애정과 삶에 대한 연민을 그의 특유의 유머로 녹여냈다.
2004년 5월 류 신부는 사목일선에서 물러나지만 케냐로 새로운 발걸음을 디딘다. 경이롭고 아름다운 대지에서 가난과 전쟁, 질병과 이민족의 침략으로 시달리는 아프리카인들의 삶으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굴곡진 사제생활 40년 동안 그가 울고 웃으며 살아온 소소하면서도 위대한 일상들이 잔잔한 울림을 준다.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추천의 글에서 "인생 70년, 사제 생활 40년을 넘긴 류강하 신부님이 그동안 모아 놓은 삶에 대한 기록을 엮은 값진 책"이라며 "하느님께서 `가라`고 하면 가고, `그물을 쳐라`고 하면 그물을 친, 믿음으로 사신 신부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고 썼다.(햇빛출판사/1만6000원)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