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古典)`은 아무 책에나 붙여지지 않는다. 시공을 초월해 그 감동과 의미가 조금도 퇴색되지 않으면서 몇 번을 읽어도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해주는 책에 뒤따르는 훈장과도 같은 이름이다.
이탈리아 출신 작가 이탈로 칼비노(1923~1985)는 「왜 고전을 읽는가」에서 `독자에게 들려줄 것이 무궁무진한 책` `비평과 담론이라는 구름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작품` `그 작품 속 관계 내부에서 우리를 스스로 규정할 수 있게 해주는 책`으로 고전에 대한 정의를 내리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고전을 읽지 않는 것보다 읽는 것이 훨씬 낫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톨릭교회 고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톨릭출판사가 최근 펴낸 `꼭 읽어야 할 그리스도교 고전 시리즈`에 그 답이 있다.
가톨릭출판사는 그리스도교 고전 시리즈 첫째 권으로 15세기 토마스 아 켐피스의 「준주성범」을, 두 번째 권으로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의 「신심 생활 입문」을 먼저 소개했다. 세 번째 권 「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은 곧 출간될 예정이다.
「준주성범」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었다는 책으로 알려진 고전 중에 고전이다.
그리스도를 본받기 위해 일반 신자와 수도자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규범을 담은 책으로, `그리스도인의 이상을 가장 명확하고 간결하게 표현한 영성 지도서`라는 평을 받아왔다. 또 이같은 규범은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삶의 지혜와 진리로 큰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오랫동안 하던 것을 버리기도 어렵지만 자기 의지를 거슬러 나아가기는 더욱 어렵다. …유혹이 있거든 처음부터 끊어 버리고, 좋지 못한 습관은 처음부터 익히지 마라."(제11장 성덕에의 열망과 평화를 구함 중에서)
「신심 생활 입문」은 세상 한가운데서 행복한 그리스도인으로 살도록 이끌어 주는 책으로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이 샤르모아지 부인에게 보냈던 영적지도 편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묵상과 기도, 성사, 덕행 실천, 유혹에 대한 자세 등 신앙생활을 하는 데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생활태도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여러가지 비유를 통해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400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현대인들이 꼭 되새겨야 할만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분노 때문에 그대의 마음이 흔들릴 때에는 호수 한복판에서 폭풍을 만났던 사도들처럼 주님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그대를 화나게 한 사람에게 즉시 온유하게 대하십시오. 화를 냈을 때에는 그 즉시 분노와 반대되는 온유한 행동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제8장 온유와 분노 중에서)
고전 시리즈는 고전 원문의 뜻은 최대한 살리면서도 현대인 감성에 맞는 문체로 편집한 것이 특징이다. 또 양장제본으로 소장가치를 높여 부모가 먼저 읽고 자녀에게 물려주거나, 신앙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염수정 주교는 추천의 말에서 "이 시리즈는 황폐하고 메마른 사막과도 같은 우리 마음에 내리는 단비, 어두운 이 시대에 빛의 역할을 해 하느님께 더 다가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돼 줄 것이다"며 고전 시리즈를 통해 깊은 깨달음이 주는 참 즐거움을 만끽하길 희망했다.(준주성범 1만 원/신심 생활 입문 1만 3000원)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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