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가 없는` 특별한 장르의 시집이 나왔다.
15년간 `인물시(人物詩)`에 오롯이 공력을 들여온 이인평(아우구스티노, 56) 시인이 최근 자신의 인물시 77편을 모은 시집 「명인별곡」을 선보였다. 1990년대 말 5년간 월간 「우이시(牛耳詩)」를 통해, 최근엔 계간 「다시올 문학」과 「서울문학」을 통해 발표해온 인물시 가운데 가리고 또 가렸다.
한국인물전기협회 이사로도 활약하는 이 시인은 왜 하필이면 시 주제로 인물을 선택했을까, 그게 가장 궁금했다.
시인은 "인간이 존엄하다고들 하는데, 신앙인으로서 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인간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가 없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 계기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의 시 주제로 인물을 선택하고 그 인물의 본질과 특성, 품격을 포착해 시로 그려기 시작했다. 그게 1997년 무렵이었으니 벌써 15년째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마따나 꿰뚫기가 어려운 인물을 시로 쓰는 힘든 길을 선택한 시인은 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의 영혼과 심성에 초점을 맞췄다. 문학적 재능에 앞서 세상이 더 밝아지기를 바라는 소망을 시에 담았고, 나아가 인물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 존엄성과 생명에의 외경, 진ㆍ선ㆍ미에 대한 감응을 형상화하려 했다.
그의 인물시에는 기쁨을 주는 언어들이 보석처럼 담겨 있다. `서로 칭찬하자!`고 하면서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는 세태를 거슬러 인간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그의 눈물은 곧 당신의 눈물이었고/그의 교훈은 바로 당신의 가르침이었습니다/그의 희망과 용기는 곧 당신의 자애였고/그의 외침은 바로 당신의 말씀이었습니다"(`위대한 목자-김수환 추기경` 중에서)
인물시집은 각기 작품이 지니는 문학적 향기와 더불어 인물시를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노력이 배어난다. 구상(요한 세례자) 시인을 비롯해 김기창(베드로) 화백, 고 이태석(살레시오회) 신부 등 20여 명에 이르는 가톨릭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아울러 예술ㆍ체육ㆍ문학ㆍ의학계 인물들도 등장한다.
지난 2000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자이기도 한 이 시인은 "시 주제가 된 인물을 다 만나지 못했지만, 상당수는 직접 만나 인간적 체취를 담으려 했다"며 며 "희망과 사랑, 아름다움, 인내, 칭찬 같은 긍정을 잘라버리게 된다면 삶에 남는 것이 없는 만큼 나의 인물시 작업은 긍정을 잡아당긴 만큼 개화될 것이다"고 말했다.(도서출판 황금마루/1만2000원)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