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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대는 성수를 이마에 바르며 세례를 받았을 때 하느님께 약속했던 다짐을 되새기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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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성당에 대한 특별한 기억쯤은 한가지씩 가지고 있다. 성당에 들어서기도 전에 압도당한 유럽 대성당의 화려한 성당문일 수도 있고, 우연히 들른 시골 성당에서 한동안 발걸음을 뗄 수 없게 만든 작은 감실일 수도 있다. 답답한 마음에 남몰래 눈물을 훔쳤던 무릎틀은 또 어떤가.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올라섰던 독서대와 해설대는 역시 누군가에겐 평생 잊지 못할 장소다.
미사 참례하기 바빠 무심히 드나들던 성당을 한걸음 떨어져 찬찬히 살펴보면, 이전과는 다르게 묵상거리가 넘쳐나는 새로운 전례공간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현실을 봉헌하고 말씀의 세례를 받고자 여는 성당 문, 주님을 청하며 앉는 의자와 무릎틀, 주님을 온전히 모시기 위해 죄를 고백하는 고해소, 성인들께 전구를 청하는 성상과 성화, 우리들 정성을 바치는 봉헌대 등 전례가 거행되는 성당에서는 어느 것 하나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심흥보(서울 삼성동본당 주임) 신부가 최근 펴낸 「전례 공간의 영성」은 이처럼 전례 공간에 담긴 영성적 의미를 짚어주며 신자들이 이를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주님의 집-성당`에서부터 `다시 세상을 향하여-파견문`까지 18개로 나눠 본 전례 공간은 성당을 향하는 순간부터 성당에서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순간까지를 담고 있다.
심 신부는 우선 사진을 통해 전례 공간을 보여준 뒤 공간이 지닌 교회적ㆍ역사적 의미와 미사 경본 총지침에 따른 규정을 알려준다. 이어 공간과 관련된 일화와 성경구절을 곁들이며 읽는 이에게 넌지시 묵상거리를 던져준다.
"성당을 언제 어떤 기회로 처음 찾았는가? 그때 나의 마음을 기억해내고 주님께서 어떻게 함께해 주셨는지 헤아려본다. 내 신앙을 길러주신 주님과의 역사를 하나하나 되돌아보며 매순간 함께해 주셨던 주님께 감사드리자."(`주님의 집-성당` 중에서)
묵상 이후에는 성무일도서에 나오는 시편구절을 통해 기도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했다. 부록으로 미사 집전 전ㆍ후 기도, 전례 봉사자들의 기도 등도 실었다.
심 신부는 "성당에 오는 신자들이 전례 준비에 더욱 정성을 쏟으며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한층 더 주님과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추천사에서 "신부님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미사를 봉헌하며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해준다"면서 "교우들이 단순히 미사 참례만 하고 돌아가는 차원을 넘어 전례가 이뤄지는 공간과 각 부분에 친근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흥보 신부 지음/기쁜소식/8000원)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