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 언제든 마실 물이 있고, 스위치를 누르면 선풍기를 켤 수 있으며, 어디서나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사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고마움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더위에 몸과 마음이 지치는 계절, 일상에서 소소한 고마움을 찾으며 짜증을 달래보면 어떨까? 특별히 삶의 아름다움으로 마음을 열어 주는 책들에서 쉼을 얻는다면 지친 몸과 마음이 한결 넉넉해질 것이다.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자신의 전부를 사랑으로 불살랐던 이태석 신부 이야기를 담은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는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소한 일상에 대한 감사와, 한 알의 밀알과 같은 한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사랑으로 번져갈 수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하느님께서 이 신부를 `당신의 사람`으로 준비시키시며 그와 매 순간 얼마나 큰 은총으로 함께 하셨는 지를 절절히 느끼게 된다.
또 이 신부 선종 이후 많은 이의 마음에 뿌려진 아름다운 사랑과 나눔의 씨앗에서 이 신부를 시대 징표로 세우시는 하느님 현존을 발견하게 된다.
이 신부의 감동어린 선교 이야기는 또한 그가 생전에 미처 나누지 못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새롭게 어우러져 만화책 「내 친구 쫄리 신부님」으로도 출간됐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이인 신명환 작가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2004년 우수 만화로 선정한 「눈사람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만화가로, 자신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작품에 담아내는 데 탁월한 아티스트이다.
그가 이 책에서 그려 놓은 이 신부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에게서도 놀라움과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어린 시절에 만난 감명 깊었던 책이나 영화는 아이들에게 소중한 꿈과 희망을 선물하기도 하는데, 「내 친구 쫄리 신부님」은 어린이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의 명작이 돼 줄 것이다.
더불어 어머니 뱃속에서 지내던 때처럼 순수했던 마음을 회복하며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깨닫게 하는 책 한 권을 더 소개한다.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과 열일곱 사제가 직접 쓴 그들의 어머니 이야기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이다. 고(故) 박완서 선생은 이 책에서 자식의 타고난 소명(사제의 길)이랄까, 근원적인 남다름을 알아보고 자신의 평범한 욕심을 접은 보편적 어머니의 삶을 읽어 내면서 사제를 우러르기보다는 친근하게 느끼도록 해 주는 고마운 책이라고 이 책을 추천한 바 있다. 어머니뿐 아니라 우리 가족에 대한 고마움으로 함께한다면 시원하고 뜻깊은 여름을 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박점례 수녀
생활성서사 단행본부 편집부장